[청춘먹칠] 홍자의 잘못 / 박미래

17:17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홍자’가 전남 영광군 행사에서 한 ‘멘트’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미스트롯>은 차세대 트로트 퀸을 뽑는다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중장년층에서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홍자는 전라도 무대에 오르게 된 것에 대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 전라도 사람들은 실제로 보면 뿔도 나 있고 이빨도 있고 손톱 대신에 발톱이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우리 여러분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힘이 나고 감사하다” 홍자의 발언은 즉각 인터넷 여론에 의해 비판받았다.

홍자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을 했고 내용적으로 충분히 문제가 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발언 배경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에서 만들어진 지역 라이벌 구도가 있었다. <미스트롯>에서 홍자와 송가인은 자신들의 출신 지역을 밝혔다. 여론은 ‘자연스레’ 홍자는 경상도, 송가인은 전라도라는 지역에 기반한 팬덤을 형성했다. 지역 기반 팬덤은 지역감정으로 비화했다. 홍자와 송가인은 방송 내내 지역감정에 기반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지역감정에 기반한 팬들의 비난은 두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큰 부담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분명 틀린 표현이었지만, 영광에서 홍자가 한 발언은 생각지 않은 큰 환대에 그동안 비난 받아온 경상도 사람으로서 감동의 표현이었다. 송가인 역시 홍자와 같은 부담을 갖고 경상도 무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송가인은 한 예능 프로에서 경남 사천 행사를 가면서 지레 겁을 먹었지만, 많은 분들이 환호해 주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날선 지역감정의 언어를 받아냈던 그들의 고충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수많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유독 <미스트롯>에서 지역 구도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미스트롯>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한 지역대결 구도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청자는 그들의 경쟁관계를 지역구도로 해석했다. 어쩌면 정치에서부터 문화에서까지 여전히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스스로 혐오표현에 대한 문제제기와 성찰이 반복되고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