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3억 5천 만원···먼길 돌아온 ‘컬러풀 대구’의 사연

대구시의회에서 오래전부터 변경 요구
2016년 4가지 후보안 내놨지만···
시의원들, “차라리 컬러풀 대구가 낫다”

19:26

대구시가 2004년부터 사용한 ‘컬러풀 대구’ 로고 변경 사업 결과물 때문에 뭇매를 맞고 있다. 기존 로고 디자인은 그대로 둔 채 일부 색상만 바꾸기로 결정했는데, 사용 예산이 3억 5,000만 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10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확인된 예산은 2015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3억 5,200만 원이다.

대구시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해당 사업 추진 경과를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다. 대구시의회는 ‘컬러풀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에 대해 꽤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왔다. 2006년 9월에 본회의장에서 시장을 상대로 한 시정질의에서 ‘컬러풀 대구’를 교체할 생각이 없느냐고 했고, 이후 의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컬러풀 대구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지속적인 시의회의 지적에 대구시는 2015년 5월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브랜드 변경 사업을 시작했다. 대구시는 ‘대구 통합 브랜드 개발 용역’이라는 명목으로 1억 9,500만 원을 추경예산으로 요청했고, 의회는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예산을 편성했다. 대구시는 2016년 10월 사업을 마무리해서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2015년 11월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보고된 업무 추진 상황을 보면, 같은 해 10월 용역사를 선정하고 시민 의견을 모아 2016년 10월 브랜드 선포식을 열 계획이었다.

‘대구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이라는 명칭으로 2015년 11월 시민모임이 출범했다. 위원장은 홍철 대구가톨릭대학교 총장이 맡았고, 시민전문가, 일반시민 포함 150명으로 구성됐다. 토론회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다섯차례 진행됐고, 토론 주제는 ‘대구는 어떤 도시인가?’, ‘대구 도시브랜드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큰 틀에서 대구 정체성을 논의하고 도시 브랜드 시각화까지 좁혀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2016년 7월, 4가지 디자인 후보안을 선정하는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대구시는 그해 10월로 예정됐던 선포식을 2017년 하반기로 연기했다. 2016년 11월 열린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대구시 도시브랜드혁신팀장은 “후보안 4개를 도출하긴 했습니다만 시민공감대 형성에 범위가 좁았다고 생각된다”며 “내년(2017년)에 좀 더 범위를 높여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포럼, 방송 토론을 확대해서 6월까지 개발하기로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도출된 4개 후보안은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In DAEGU’(2개), ‘With DAEGU’, ‘Your D’라는 의미다. 각 후보안의 의미를 살펴보면, ‘In DAEGU’는 대구에서(in daegu) 펼치는 삶, 희망 등 모든 것을 의미하면서 ‘in’이 사람 인(人)과 발음이 같아서 ‘사람 중심’, ‘인재 도시’ 대구를 상징했다.

▲2016년 마련된 4가지 대구 도시브랜드 후보안.

‘With DAEGU’는 대구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 대구와 더불어 이루는 희망을 의미하고, with가 개방, 화합, 결속을 의미해서 모두와 함께하는 ‘정(情)의 도시’를 표현한다. 끝으로 ‘Your D’는 꿈(Dream), 희망(Dreaming), 디자인(Design)을 담은 당신의 대구를 의미한다.

4개 후보는 일단 대구시의회에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4개 후보안 호응도가 높지 않자 컬러풀 대구를 수정해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제252회 대구시의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의원은 “저번에 한 번 이렇게 갖고 와서 우리한테 보여주면서 어느 것이 좋은지 이랬는데, 우리는 차라리 컬러풀 대구가 더 좋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그거(브랜드 사업) 안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대구시 도시브랜드담당관은 “컬러풀 대구에 호감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아서 컬러풀 대구 리뉴얼도 동시에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후 대구시는 지역정체성, 디자인, 광고 등 분야별 전문가와 대구경북연구원 5명이 참여하는 도시 브랜드 개발팀을 새로 구성해 운영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전문가팀이 개발을 주도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을 맡기기도 했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2018년 새로 마련된 대구 도시 브랜드.

그렇게 2018년 8월경 기존안을 수정하는 방안과 ‘HOTPLACE DAEGU’라는 새로운 도안이 제안됐다. 10월부터 11월까지는 대구 시민과 타도시민, 외국인 등 2,545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545명 중 1,903명이 기존안을 수정한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새로 구성된 대구시의원 일부가 이전 시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요구했지만, 2015년 10월부터 3년을 넘게 끌고 온 사업은 마무리 수순이었다. 대구시는 지난 7일 기존안에서 두 가지 색상을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구시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정에서 빨강으로 변경되는 것이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역동적인 도시”를, 분홍에서 보라로 변경되는 것은 “창의와 개성이 넘치는 문화예술 도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