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도서관에서는 ‘경북대학교 70년사’를 찾아볼 수 없다. 20, 30, 40, 50, 60년사는 도서관에서 각각 여러 권 비치된 것과 대조된다. 유독 ‘70년사’만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북대학교 개교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사라진 경북대학교 70년사를 공개하라”라는 요구가 나왔다.
27일 오전 10시, 경북대학교 개교기념일 행사장 앞에는 경북대 동문 10여 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북대 70년사 정상화 동문모임’은 경북대가 ‘70년사’를 은폐하고 있다며 경북대 도서관에 비치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북대 본부는 ‘70년사’ 편찬에 2015~2016년 예산 총 약 1억 원을 편성했다. 이 중 인쇄비와 발송료 등은 6천만 원이다. ‘70년사’ 1천 권을 인쇄할 수 있는 예산이다. 본부는 편성 예산보다 적은 예산을 집행해, 실제 발행은 1백 권만 됐다.
2018년 10월 발간된 ‘70년사’는 한동안 경북대학교 도서관 개인 문고에서 열람할 수 있었다. 2019년 3월 <뉴스민>이 도서관을 방문했을 당시 ‘70년사’는 소장목록에 등재돼 있었고, 도서관 개인 문고에서 직원에게 요청하면 열람할 수도 있었다. 이달 27일 확인한 결과, ‘70년사’는 소장목록에도 없고 열람도 할 수 없었다. 도서관 한 직원은 “‘70년사’를 기증했던 교수가 다시 가져간 거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당초 계획보다 축소 발행된 1백 권마저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민>은 경북대 한 기관 내부 자료실에 보관 중인 ‘70년사’를 확인했다. ‘70년사’에는 총장직선제 폐지 과정에서 학내 갈등, 간선제 도입 이후 교육부의 총장 임용 거부로 인한 총장 공석 사태, 교수회와 갈등을 빚었던 학칙 재·개정 권한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예를들어 총장 공석사태와 관련해 ’70년사’에는 “···자연대 생명과학부의 김사열 교수가 1위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운영과정의 오류로 10월 17일에 재선정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상기 김사열 교수와 자연대 수학과 김상동 교수가 각각 1, 2위로 선출되었다···두 번에 걸쳐 1위로 선출된 김사열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임명을 거부했다···학교 역시 재선정과 재추천을 하지 않았고, 현재(집필시점)까지 경북대학교의 제 18대 총장은 공석이다. 그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라고 나와 있다.
주보돈 ‘70년사’ 집필위원장(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집필 과정에서 본부로부터 수차례 원고 수정 요구를 받았다.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2015년 6월 집필 의뢰를 받아, 개교 70주년이 되는 2016년 5월 28일 이전 발간을 목표로 집필에 나섰다. 주 교수는 ‘70년사’ 원고를 경북대 본부에 전달했고, 경북대 본부는 김상동 현 총장 취임 후인 2017년 1월부터 주 교수에게 원고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70년사’는 발간 목표일을 훌쩍 넘긴 2018년에 발간됐다.
주보돈 교수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본부가 몇몇 대목에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해당 문구는 수정했고, 명예훼손 소지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한 결과 아무런 무리가 없는 내용이었다”라며 “어떤 부분 때문에 제대로 배포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당초 1천 부 찍기로 한 것을 1백 부만 찍은 것도 문제지만, 그조차 제대로 배포하지 않았다. 은폐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관계자는 “이전에는 (70년사 발간 문제가) 부각된 적 없었다. 어떤 대목에 어떤 단어가 문제되는지 지금 파악하고 있다”라며 “재발간이나 도서관 비치 문제는 총장에게 보고하고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동문 손종남 씨는 27일 기자회견에서 “10년에 한 번 나오는 학교 역사책인데 아직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른 경북대학사 책은 다 있는데 70년사만 빼놓을 것인가”라며 “누구나 볼 수 있게 도서관에 비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