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가 “학교 명예를 해친다”는 이유로 불허한 최염(87) 선생 특별 강연이 큰 마찰 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영남대 내부에서 강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염 선생은 영남대 전신인 옛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로, 대구대학 경제학과 졸업생이고 재경영남대동창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8일 오후 3시 영남대 인문대학 101호에서 영남대 교수회(의장 이승렬)가 준비한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특별 강연이 열렸다.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최염 선생은 할아버지인 최준 선생이 백산무역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과정을 설명하고 민립대학으로서 출범한 대구대학의 정신을 강조했다. 최 선생은 “사학이라는 것은 재단에서 학교 운영비를 대는 것인데 1950년대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이 거꾸로 학생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재단을 살찌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선생은 “그런 시절에도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학은 정말 반듯한 대학이었다. 부정입학 비리가 전혀 없었던 거의 유일한 대학”이라며 “할아버지 자신은 물론 친척들 재산까지 전부 기부해서 만든 대학이었기 때문에 어떤 부정도 생각하지 않고 원칙대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최 선생은 “할아버지께서 작고하실 때 ‘영남대는 우리 뜻에 반해서 태어났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체다. 네가 형편이 괜찮아 영남대를 도울 때가 오면 영남대는 잘 되도록 도우라’고 말씀하셨다”며 “제가 몸이 불편해도 여기까지 와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 선생은 “할아버지께서 전 재산을 털어 대구대학을 만들고 영남대에 기부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에게 이권을 달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며 “영남대는 대구경북 도민의 것이라고 말씀하시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영남대는 영남학원 자체가 주인이다. 교수가 주인이고, 학생이 주인이고, 졸업생이 주인이다. 어떻게 돈 한 푼 안 낸 박정희가 설립자가 될 수 있나. 언젠가 사필귀정으로 바르게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렬 교수회 의장은 “건강도 안 좋으신데 최염 선생님께서 멀리 서울에서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강연회를 못 하게 하려고 총장님 이하 여러 처장님들이 공문까지 보내시면서 하지 못하게 했다. 공식적으론 불허된 행사다. 총장님이 책임져야 할 거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그러다 보니까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와서 저한테 강의 의의를 묻는 게 아니고 강의가 왜 불허가 되는 거냐고 묻고 그렇게 기사가 나간다. 굉장히 아쉽다”며 “저는 학교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강의를 기획했는데 학교의 조치 때문에 어마어마한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강연이 갈등의 소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되지 않길 간곡한 마음으로 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7일 영남대학교는 교수회에 공문을 보내 해당 강연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학교 측은 “그분(최염)의 언행 등에 비추어 보아 우리 대학의 명예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수회 행사 취지에도 불구하고 초청 강연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교수회는 학교 측에서 예정된 강의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야외 강연이라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은 강연 당일 별다른 추가 조치를 치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