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A학부 교수들이 근무 기간 2년을 넘긴 조교를 쫓아내려 회계 문란 책임을 떠넘기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경북대는 A학부에 대한 회계감사를 벌여 ‘이중장부’를 사용한 회계질서 문란 사실을 적발해 조교 B 씨가 징계 대상자가 됐다. 교수들은 징계 대상에서 모두 빠졌다.
경북대, A학부-업체 거래 과정에서 이중장부 사용 확인
결재권 가진 교수들에 대한 책임은 빠진 채
조교 B 씨만 ‘중징계’ 결정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의뢰
3월말 경북대 감사팀은 A학부에 대한 회계조사 결과 조교 B 씨가 국가공무원법 성실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직위해제와 중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또, B 씨가 업무상 횡령 혐의가 있다며 수사의뢰 처분도 내렸다. B씨가 A학부와 물품을 거래하는 C업체에 외상을 달고 개인 물품을 샀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A학부가 업체와 ‘이중장부’를 통해 물품을 거래한 내용을 조사하고도 감사결과에서 빠졌고, 교수들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6년 4월 1일부터 A학부 조교로 임용된 B 씨는 물품 구입 시 결재권자인 학부장 지시대로 따랐다. A학부는 B 씨 임용 전부터 교비 지출 품의서와 실제 구입 품목이 다른 ‘이중장부’를 쓰고 있었다. 먼저 대금을 결제하고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사기도 했고, 외상으로 산 이후 한번에 결제하기도 했다.
2016년 12월 B 씨는 C업체로부터 이전에 근무한 조교들도 개인 물품 구매대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문을 했다. 업체가 제공한 물품목록에 없어도 구매대행이 가능해서 근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건 상 편리한 방법이었다. B 씨는 개인물품을 분류해 C업체에 주문했고, 자신의 달력에 물품내역도 상세히 기록해뒀다.
경북대 감사팀이 1월부터 A학부와 거래한 모든 업체들의 납품 과정에 대한 회계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B 씨는 A학부 물품과 개인 물품 대장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해당 금액을 모두 지불했다. 그러나 C업체가 감사팀에 제출한 장부의 거래처는 A학부로 통합돼 있었다.
B 씨는 “주문할 때마다 개인 물품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업체 쪽에서 편의상 A학부 이름으로 기재해둔 것”이라며 “회계조사 과정에서도 제가 업체 쪽에 장부 분리를 재차 요청했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이것도 문제가 된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이중장부’를 사용한 모든 업체와 거래 내역이 문제가 됐는데 감사 결과는 물품 구매를 지시하고 결재한 교수 책임은 모두 빠져버렸다. 문제가 된다면 다 같이 징계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C업체뿐 아니라 서점 등 다른 업체와도 이중장부를 활용한 거래가 나타났지만, 감사팀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학부장 결재를 받고 진행한 회계 문란 행위는 감사결과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북대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결과만 가지고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 직위해제 처분 요청을 했고, 수사의뢰를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학부, 2018년 7월 B 씨 재임용 앞두고 신규 채용공고
당시 학과장, 재임용 심사규정 해석해 본부 지적받아
결국 B 씨 올해 8월 31일까지 조교 재임용
회계 문란 행위가 드러났는데 왜 조교만 징계 처분 대상이 됐을까. B 씨는 A학부 일부 교수들이 자신을 조교 자리에서 쫓아내고, 학부 출신을 조교로 채용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북대도서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던 B 씨는 근무조건이 더 좋은 A학부 조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해 2016년 4월 1일부터 A학부 조교로 근무를 시작했다. A학부 출신은 아니었다. 조교 업무는 처음이었고, ‘이중장부’를 통한 물품구매도 의아한 점이 있었으나 관행이라는 이야기에 그대로 진행했다.
2018년 7월 당시 학부장이었던 D 교수와 식사 자리였다. B 씨는 “자진 사임을 강요받고, 자진해서 나가지 않아도 나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북대 채용공고 게시판에 A학부 조교채용 공고도 올라왔다. B 씨는 대학본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
D 교수는 당시 대학본부에 조교 재임용 평가점수 결과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D 교수가 당시 대학본부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총 5인으로 재임용심사평정위원회를 구성해 7월 9일 심사결과를 합산한 결과, 재임용 심사규정 39조 ⑦항 ‘평점점수의 합계가 60점 미만인 자’에 해당하여 재임용 부적격으로 판정했다”며 “조교에게 재임용 부적격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심적 부담을 느꼈고, A학부 졸업생 취업률 제고라는 이유로 설명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A학부가 속한 단과대학은 신규채용공고 처분을 철회하고 재임용 심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5인으로 구성한 재임용심사평정위를 구성하지 말고, 교수 전원을 포함해 진행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학본부도 관련해서 공문을 한 차례 발송했고, B 씨는 결국 재임용됐다.
교수들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B 씨는 어떻게 재임용될 수 있었을까. ‘2년 이상 계속 근무자’에 대해서는 2년 연속 70점 미만 평가를 받아야지만,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한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B 씨는 2016년 4월부터 근무했기 때문에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2018년 8월 31일 기준으로 이미 근속 기간이 2년을 넘는다.
B 씨, “재임용 이후 계속 괴롭혀…회계감사 요청도 교수들이 했다”
A학부 F 교수, “특정학과 출신 교수들 파벌 형성…조교 혼자서 한 일 아냐”
올해 8월 31일까지 재임용됐지만, 이번에도 70점 미만 평가를 받으면 B 씨는 일자리를 잃일 수도 있다. 재임용평정위원회는 교수들로 구성하는데, 징계 처분을 받으면 당연히 점수가 미달할 수밖에 없다.
B 씨는 “2018년 내보내려고 했으나, 법 조항을 잘못 해석해 실패한 것이다. 재임용은 됐지만, 그 이후부터 일부 교수들이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고, 단과대학 전체에 좋지 않은 평판을 받도록 개인적인 치부까지 퍼뜨리고 다녔다. 심리적 압박을 받아 11월에는 응급실에 갔고, 최근에는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고 진정제까지 복용하고 있다. 회계조사도 교수들의 요청에 의한 감사였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A학부의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E 교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징계 처분이 나온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F 교수는 B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F 교수는 “A학부가 있는 단과대는 본교 특정 학과 출신들이 많다. 이들이 폐쇄적인 집단을 이루고 있어서, 여기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내쫓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지난해 조교 재임용 평가 당시 절차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재임용됐다. 그 뒤로 학교 내 거래하는 매장을 다니면서 조교 뒷조사를 했다고 한다. 교수들이 구입한 물품 하나하나 5년 전 자료까지 조교에게 소명자료를 쓰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F 교수는 “(이중장부는) 이미 그전부터 하고 있었다. 지금에서 조교 혼자 횡령했다고 뒤집어씌우고 있다. 조교가 힘들어 해서 한 업체에 물어봤다. 왜 장부를 다 넘겼냐고 그랬더니 교수님들이 찾아와서 닦달을 해서 줬다고 하더라”며 “그러면서 경북대 다른 과도 다 그렇게 하는데 왜 교수님과만 갑자기 뒤집고 그러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F 교수는 “조교 혼자서 그랬다는 게 말이 되느냐. 교수님들이 하라는 대로 한 거 아니겠느냐. 징계를 주려면 다 주든지, 안 주던지 해야지”라며 “교수 사회도 힘없는 사람만 자꾸 건드리고 있다. 조교는 생존권이 흔들리는데, 그게 갑질아니냐”고 말했다.
B 씨는 “올해 재임용 평정에서 점수를 못 받으면 나가야 하니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곧 직위해제되면 당장 생계가 위협받는다. 또, 횡령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그런데 왜 임용권을 가지고 지시한 교수들은 작은 징계조차 받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게 갑질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말했다.
<뉴스민>은 A학부장인 G 교수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