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16년 12월 (재)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재단)과 체결한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운영 계약서’에 법률을 위반해 문화재단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이 공개한 계약서를 보면, 대구시는 새로 건립하는 미술관을 간송재단에 영구적으로 수탁 맡겨 운영시키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영구 수탁 맡길 수 없다.
대구시는 ‘대구간송미술과 건립 및 운영에 따른 업무추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2016년 12월 13일 간송재단과 9조항으로 구성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는 ▲사업부지 ▲사업원칙 ▲당사자 업무 ▲계약 유효기간 등을 포함한 9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사업원칙 ▲당사자 업무 ▲기타 사항 등을 규정한 조항을 보면 대구시가 새로 간송미술관을 건립하면 이를 ‘영구적’으로 간송재단에 수탁 맡긴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3조 사업원칙은 대구시와 간송재단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추구해야 할 원칙을 담고 있는데, 4항은 “간송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을 영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상설전시에 따른 배타적 운영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미술관에 대한 간송재단의 영속적 운영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4조 당사자 업무 조항과 5조 기타사항에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와 간송재단의 역할을 각각 1, 2항으로 나눠 놓은 4조에서 1항 대구시 역할에는 “대구시는 대구관(미술관)이 안정적이고 영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비를 지원한다”고 규정했고, 2항 간송재단 역할에는 “간송문화재단은 대구관을 수탁하여 영구적으로 운영한다”고 규정했다.
5조 기타사항은 “대구시와 간송문화재단은 대구관 운영을 위한 협력기간을 양자가 협의를 통해 중단하기로 하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연장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모두 공공자산을 민간에 위탁할 때 최대 5년까지만 위탁하도록 하고, 재위탁 시에는 심사 절차를 거쳐야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어긋난다.
대구시에 따르면 미술관은 내년에 착공해 202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건립 비용만 약 4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2년 개관을 하면 운영은 간송재단에서 맡아한다. 필요한 운영비는 관람료로 충당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대구시가 보조금을 교부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연간 필요한 운영비는 50억 원으로 추산되고 관람료 수익은 약 37억 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억 원은 대구시가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대구경실련은 시 예산으로 건물을 짓고 운영비도 보조하면서 ‘영구적’으로 특혜를 주는 사업이지만 간송문화재단 측이 지는 책임은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구경실련은 “영구적으로 운영하는 간송문화재단은 미술관을 배타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전시회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대구시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며 “사실상 ‘사립 미술관’으로 운영될 대구간송미술관에 대구미술관 등 대구시 운영 문화시설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특혜를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대구시는 간송재단의 작품을 미술관에 영구적으로 전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방일섭 대구시 문화시설팀장은 “공유재산법상 5년마다 계약하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 관련법에 의해 5년마다 갱신하면서 운영할 것”이라며 “재단 측에서 작품을 가지고 간다고 하면 대구시가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들은 작품이 저희 소유가 아니어서 영구적으로 전시하기 위해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런 방식이면 대구시뿐 아니라 시민과 시의회 발언권도 행사되지 않는다”며 “대구시립미술관과 비교해도 BTL 사업으로 미술관이 셋방살이를 하는 상황에서 간송은 작품이 월등해서 대구시가 이렇게 지원해도 되고, 시립미술관은 그렇지 않아서 셋방살이해도 된다는 발상 자체가 반문화적”이라고 꼬집었다.
조 처장은 이어 “예산은 예산대로 지원하면서 사정까지 해가며 미술관을 유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지원을 더 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가겠다’면서 간송 측은 계속 위협을 하지 않겠나. 이런 방식으로 끌려가면 아무리 작품이 위대하더라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