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교수회 갈등에 박찬석 전 총장, “교수회 존중해야”

21일 박 전 총장 포함 전임 교수회 의장 성명 발표

15:47

경북대 교수회 전임 의장들이 경북대 본부에 교수회의 학칙 재·개정 의결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본부와 교수회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재에 나선 것이다. 전임 의장 가운데 경북대 총장을 역임했던 박찬석 전 총장도 참석해, “본부는 교수회를 존중하고 교수회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경북대 교수회 회의장에서 ‘총장의 학칙 위반 규탄과 교수회 수호를 위한 경북대학교 역대 교수회 의장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석 전 총장, 김석진, 이대우, 문계완 전 교수회 의장과 이형철 현 의장, 채형복 경북대민교협 의장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대우, 김석진, 박찬석, 문계완 경북대교수회 전 의장
▲21일 경북대 교수회에서 전임 의장들이 경북대 본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교수회 의장 역임자들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역대 의장들은 박 전 총장, 김종길, 서종문, 강덕식, 배한동, 주보돈, 류진춘, 김석진, 손창현, 이대우, 문계완 전 의장이다.

이들은 “교수회는 대학 자율과 민주화의 상징으로 타 대학교의 전범이었다”라며 “우리들은 교수회와 본부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과 본부는 교수회 평의회의 의결권을 존중하고 교수회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교수회와 본부는 실익이 없는 분열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해 대학 구성원의 다양한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총장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본부는 교수회의 의견과 의결권을 존중해야 한다”라며 “총장이 혼자 결정하면 안 된다. 교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학칙이 무슨 기능을 발휘하나. 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채형복 경북대민교협 의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본부가 주장하는 교무통할권을 총장이 대학 운영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는 전권적 권한이라 해석해서는 안 된다”라며 “헌법에 규정된 대학 자치와 자율이라는 전제를 넘어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반헌법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수회가 결성된 2000년도 당시 총장에 재직(1994~2002년 재직) 중이던 박찬석 전 총장은, 당시 교수회의 학칙 재·개정 의결권에 대해 “사실상 의결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북대는 2000년 교수회 결성 후, 학칙 개정을 통해 교수회에 의결권을 학칙에 부여했다. 당시 교육부는 교수회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학칙 개정을 요구했다. 교육부가 경북대에 행정·재정 제재를 가하면서 학칙에는 ▲학칙, 규정의 제정 개정 ▲예산과 결산 ▲대학원장 및 본부 처장의 임명 ▲학내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결 시 ‘교수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는 다소 모호한 조항으로 개정됐다. 최근까지는 학칙 재·개정 절차에서 교수회의 의결권이 인정됐지만, 이번 계약학과 신설 사건에서 본부가 교수회의 학칙 개정안 부결에도 개정을 강행하며 의결권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