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노조 교육장에 녹음기를 몰래 숨겨 노조 활동을 도청한 사업주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12일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가 고소장을 접수한 지 40여 일이 지났는데도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나 추가 증거 확보 등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종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전우정밀분회장은 “2년 가까이 회사와 어용노조가 금속노조 활동을 불법 도청해 공유해왔다. 회사 관리자가 음성 파일을 공유하고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더 검토해야 한다고 한다”며 “고소한지 두 달이 넘어간다. 현장 사원들은 또 어떤 피해를 볼까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데, 범죄자들은 떳떳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하루빨리 법으로 처벌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월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 있는 (주)전우정밀 대표이사, 기업노조 위원장 등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노조 교육장 화이트보드 지우개에 숨겨진 USB 형태 녹음기에는 노조 정기 총회, 조합원 총회 등이 녹음돼 있었다. (관련 기사 : 산자부 ‘월드 클래스’ 뽑힌 기업에서 ‘노조 도청 장치’ 발견돼)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지휘를 받아 경산경찰서는 통신비밀보호법 혐의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수사 중이다. 먼저 고소했던 도청 사건에 대해서는 경산경찰서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장은 “우리는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촉구한다. (불법 도청) 행위자가 드러났고, 누가 공유했는지 드러났다. 노동조합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그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됐다”며 “회사 대표와 면담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어떤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들어본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도청이 아니라 노조 탄압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행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대구지방검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편, 전우정밀은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이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됐다. 2017년에는 경상북도가 지정하는 ‘경북프라이드상품’으로도 뽑혔다.
전우정밀에는 2014년 4월 한국노총 산하 노조로 설립한 이후, 지난해 12월 조직 형태 변경을 통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금속노조(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전우정밀분회)와 2017년 1월 설립한 기업노조((주)전우정밀 제1노동조합) 등 복수노조 체제다. 현재 교섭대표권은 기업노조가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