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학교 재단 측으로부터 부당한 모함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한덕환 대구예술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49재 추모제가 엄수됐다. 8일 오전 11시부터 경북 칠곡 대구예술대 제1예술관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한 교수의 유족을 비롯해 동료교수,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한 교수를 향한 추모의 마음을 보이면서도 학교를 향한 투쟁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사에 나선 서지원(24, 시각디자인과) 씨는 “교수님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힘을 쓰신 분이다. 제자들의 마음을 담아 좋은 곳으로 가서 편안히 지내시길 기도드린다”면서도 “교수님께서 말도 안 되는 일로 협박, 압박을 받아 이런 사단에 이르게 한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직 교수협의회 의장(음악학과)도 “어두운 연구실에서 걱정의 날을 보내며 유언장을 작성한 걸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교수의 신념을 무너뜨린 저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와 교수협의회 및 학생들 간의 갈등은 한 교수 사건 이후에도 숙지지 않고 있다. 학교는 최근 이상직 의장의 교수 재임용을 탈락시켰고, 허용 대구예술대 총장은 이 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허 총장에게 문제제기를 이어오면서 자택 앞 1인 시위, 총장실 시위를 등을 한 학생들도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허용 총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학생들이 출근을 저지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를 찾아와서 1인 시위도 했다. 10월부터 11월까지 연장이 됐고, 총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타협도 되지 않아서 고민 끝에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허 총장은 또 “학교 갑질로, 한덕환 교수를 탄압해서 돌아가시게 됐다고 몰고 가지만 학교에서 그분 목숨을 뺏을 일은 하지 않았다”며 “한 교수가 문제제기를 해왔던 일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해당 교수들을 징계위에 회부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교수단체는 8일 추모제에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해 대구예술대 문제에 교육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부 종합감사, 관선이사 파견, 관련자 조사 및 처벌 등을 요구했다.
한 교수는 대구예술대 교수협의회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부적절한 초빙교수 채용, 학위장사 등을 문제제기했다. 교수협의회가 지난해 10월 학교 총장 불신임안을 처리할 때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학교는 익명의 투서를 근거로 한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도록 하는 등 갈등은 깊어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한 교수는 A4 3장 분량으로 남긴 유서를 통해 “학교가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고 썼다. (관련기사=목숨 끊은 대구예술대 교수 유서 통해 “학교, 도저히 용서 안 돼”(‘1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