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 대구시의회에 지역구 시의원을 배출했다. 김동식 대구시의원은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한 달에 한 번 꼴로 본인 SNS를 통해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뉴스민>은 김동식 시의원 동의를 얻어 해당 글을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어젯밤 우리나라와 바레인의 아시안컵 축구 16강전이 열렸다. 90분 동안 승부를 가르지 못해 연장전까지 가서야 겨우 우리나라의 승리로 끝났지만 보는 내내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예천군의회를 전국구로 만들어 버린 해외연수 중 발생한 한 의원의 가이드 폭행 사건을 두고 보이는 일련의 진풍경이 축구경기를 보는 동안 오버랩 됐다.
120분 동안 줄곧 주도권을 잡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해 허둥대다가 동점골을 허용하는 어이없음도 참고 넘어가겠는데, 슛 다운 슛 한번 못 때리고 횡패스와 백패스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났다.
팀 훈련과 개인훈련을 통해 밀집 수비로 나올 게 뻔한 바레인의 전술을 뚫어보고자 했을 수고로움은 허사가 됐다. 빈번한 패스 미스와 날카로움 없는 센터링으로 연장전까지 가는 체력을 소모하고서야 겨우 8강 진출을 할 수 있다니.
최소한 대구, 경북에서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 축구팀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바레인 축구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 57위, 바레인 113위인 피파랭킹은 23(한국당)대 2(민주당)인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로 비교해보면 내 생각은 진실에 가깝다. 무엇을 비교하더라도 강팀일 수밖에 없는 자유한국당은 왜 지난 지방선거에서 완승하지 못하고 연장 혈투를 벌여야 했을까?
한국당은 견제와 감시라는 ‘공격 루트’를 선택해 송곳 같은 비판이라는 ‘압박축구’로 집행부를 견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감싸거나 어물쩍 넘어가기 신공을 보여줬다. 더구나 공천은 시민 눈높이와 다르게 라커룸 안에서 끼리끼리 이뤄졌다. 그렇게 들어간 선수의 말도 안 되는 헛발질이 계속되어도 감독은 교체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감독의 무사안일이 팬들을 멀어지게 만든 것은 아닌가?
그래도 팬들은 맹목적 신뢰를 보이며 20년 이상을 잘하든 못하든 믿어줬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치 환경이 연장 혈투 끝에 겨우 이겨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감독을 만들었다. 감독은 자기 잘못은 숨기고 선수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 팀에서만 영구 제명시키고, 선수 생활을 유지하도록 했다. 악순환이 지금의 자유한국당 모습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먼저 세계랭킹 113위라는 경기력부터 문제 삼아야 하고, 헛발질 잘하는 팀과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하는 전술 부재도 문제 삼아야 한다. 선수 선발 공정성과 투명성은 공히 비난받아야 하며 감독의 선수 지휘능력도 검증 받아야한다. 결국 위기의 지방의회를 강한 팀으로 만들고 함양미달 의원을 교체하는 것은 1차적으로 감독의 능력이다.
어제 바레인전을 치른 한국 축구팀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 다음 상대 전력을 분석한다. 누가 컨디션이 좋은지, 어느 선수가 성실하게 개인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는지를 판단해서 선발선수 명단을 짜고 포지션을 정할 것이다. 어제의 경기가 약이 되었는지 아니면 가진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지는 다음 경기를 통해 감독이 증명해야 한다. 만약 불행히도 다음 경기도 졸전을 면치 못하고 컨디션 난조의 선수가 선발명단에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팬들은 감독 교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내년 4월에 감독 교체 기회를 갖는다. 4월 총선은 각 팀의 감독을 평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어느 감독이 지방의회의 순기능을 최대화하고 역기능을 개선하려 하는지, 선수기용과 선발 과정은 투명했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대한민국 축구팀의 졸전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갖고 응원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발전과 제 기능 찾기를 염원하는 것 또한 지방의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므로 어느 당 소속이냐를 떠나서 지방의원들의 경기력 향상을 통한 승리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