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 국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성접대 요구’ 등으로 국외연수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민은 국외 연수제도 도입 배경과 더불어 경북지역 23개 시·군 기초의회 연수 규칙, 예산, 보고서 등을 분석해 실태를 파악하고, 기초의회 국외연수 제도의 개선 방안까지 연속 보도한다.
경북도의회를 포함해 경북 지역 지방의회 24곳은 지난해 7월 지방의회 구성 후 6개월 사이 22회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경북도의회가 3회, 23개 기초의회 중 15개 의회가 19회 다녀왔다. <뉴스민>은 경북 지방의회가 해외연수 후 작성한 연수보고서 검증을 통해 각 의회 연수가 충실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의회별 조례나 규칙에 따르면 연수 후 15~30일 사이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예천군의회는 보고서 공개기간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의회는 보고서 기간이 모두 만료됐다. 구미·영천·문경시의회와 봉화군의회는 여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각 의회는 아직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거나, 홈페이지 여건상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민>은 공개하지 않은 의회를 제외한 11개 경북 지방의회(도의회+10개 기초의회) 연수보고서 17개를 인터넷 표절 검증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다. 경북도의회를 제외한 기초의회는 대부분 연수보고서를 방문국이나 방문 기관 및 관광지 설명으로 채웠고, 포털 블로그나 백과사전, 다른 기관 연수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방문국이나 방문 기관, 관광지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위해 포털 블로그, 백과사전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은 의회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보인 모습이다. 문제는 최소한의 출처 표기조차 하지 않는 점이다. 10개 기초의회 14개 보고서 중 안동시의회에서 작성한 2개 보고서에서만 참고자료가 명기됐고, 다른 9개 의회는 출처 표기도 하지 않고 베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사점’, ‘후기’, ‘질의응답’처럼 의회나 의원별 개별성, 독창성이 드러나야 할 대목에서도 표절 흔적이 발견된 점이다. 영양군의회는 지난해 11월 대만으로 연수를 다녀오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방문기관 질의 응답과 방문을 통해 얻은 시사점을 표절한 흔적이 발견됐다.
대만의 한 복지재단 방문 후 질의응답을 기록한 내용은 2014년 대구 수성구의회가 같은 장소를 방문해 작성한 보고서와 토씨 하나까지 같았다. 방재교육원 방문 시사점 역시 2014년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같은 곳을 방문하고 작성한 보고서와 일치했다.
포항시의회도 비슷했다. 포항시의회는 위원회별로 유럽(독일, 스위스)과 호주를 다녀왔다. 유럽에는 경제산업위와 건설도시위가 함께 다녀왔다. 연수 보고서를 보면 기관 방문 후 시사점 부분에서 일부 표절이 확인됐다. 뮌헨 공대 혁신창업센터 방문 시사점은 이강덕 포항시장이 2016년 같은 장소를 다녀온 후 언론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프라이부르크 보봉마을 방문 시사점도 블로그나 기사, 보고서 등이 짜깁기된 흔적이 보였다.
호주를 다녀온 복지환경위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방문지와 포항시 정책 접목방안을 작성했는데, 시드니 빗물 재활용 시설 접목방안은 2016년 언론 보도 내용과 일치했다.
성주군의회와 김천시의회는 의원별 개인 후기에서 표절이 확인됐다. 두 의회는 모두 의원들이 개별 후기를 보고서 마지막에 첨부했는데, 일부 의원들의 후기가 다른 보고서나 블로그 글을 그대로 베껴온 것으로 확인됐다.
성주군의회의 경우 배재만 의원의 후기에서만 베껴온 흔적이 보였다. 배 의원의 후기는 여행 전문 언론사 기고 글과 내용이 일치했다. 김천시의회는 김세운 의장을 비롯해 다수 의원의 후기에서 언론 보도나 앞서 같은 곳을 다녀온 다른 의회 보고서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이 발견됐다.
한편 경북도의회는 건설소방위원회, 교육위원회, 농수산위원회가 각각 연수를 다녀온 후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방문국이나 기관에 대한 소개가 간략하게 담겨 기초의회에 비해 베낀 흔적이 적게 발견됐다. 하지만 연수가 의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부실해서 검증 자체가 어려웠다.
건설소방위는 도시계획, 재난·소방·안전 분야를 견학하고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목적으로 유럽을 다녀왔는데, 보고서의 많은 분량을 국내 언론 보도를 그대로 첨부하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보고서 마지막을 ‘새로운 가치관 정립’이라는 단락으로 마무리했지만 인식의 틀을 탈피해야 하고, 장기적이고 광역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는 형식적인 결론이었다.
국외 우수 교육 시스템을 견학하고 정책 개발을 하겠다며 캐나다를 다녀온 교육위도 마찬가지다. 보고서 중 정책 제안 내용을 보면 ‘평등, 다양성, 전문성이 조화된 교육 비전 마련’, ‘국·영·수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난 실용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안 모색’ 같은 형식적인 결론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