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서선자 경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주시의회 제238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 시정 질의에서 “올해는 세계인권선언을 제정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선자 의원은 경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와 비리 문제에 대해 경주시가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거주인 사망 및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계획이 있느냐”며 “시 차원에서 사전 예방하지 못한 것은 시정의 공백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질의했다.
이에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경주시, 경주경찰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 등 7개 기관 합동으로 13명의 조사반을 구성했다”며 “민‧관합동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거주인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등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으며, 향후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지도점검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 시장은 “보조금 부적정 운영에 대한 사전 예방을 위해 시설 지도‧점검 강화 및 경상북도 법인시설지도팀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며, 부정행위가 심각할 경우 시설장 교체 및 법인대표이사 해임 등의 행정처분 및 관련법규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선자 의원은 “사회복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노인, 장애인 분야 등에 대해 전담공무원 인원 확충과 함께 시설과 법인을 전담하는 팀 신설 등 전문성 제고 등을 통하여 인권침해를 예방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인권침해 시설에 대한 폐쇄와 이사진 해임과 공익이사 선임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 실시 등을 요구했다.
서 의원의 제안에 대해 주낙영 시장은 “시설의 친인척 채용 등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 법개정이 필요하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문제에 공감하지만, 탈시설 문제는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므로 연차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열린 경주시의회 본회의에는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와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방청에 참여했다.
“탈시설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주 시장의 답변에 대해 방청에 참여한 단체 회원들은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이해 부족이며, 경주시가 장애인 정책을 여전히 시혜성 예산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이들은 본회의를 마치고 나온 주낙영 경주시장을 향해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범죄시설 폐쇄하고,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펼침막을 펼치기도 했다.
서선자 의원은 “지난 2월 한 시설에서 사망 사건 발생 및 인권침해와 경제적 학대 문제가 벌어지고 있고, 또 다른 시설에서 인권침해와 비리 혐의가 재발해 경주시의 행정 공백이 심각하다”며 “경주시 장애인 정책의 변화가 시작되고,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장애인 인권보장과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청에 참여했던 배예경 경북장애인부모회 경주시지부장은 “경주시의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했으나 실질적인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윤해수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반복되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와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보호가 아닌 자립생활의 방향으로 분명하게 전환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며 경주시의 적극적인 정책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