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2018인권옹호자회의’에서 발생한 장애인 차별에 대해 피해자와 소속 단체에 사과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인권위 사과 내용이 ‘어쩔 수 없었음’을 변명하는 내용인데다 개선 계획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선득 활동가는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2018인권옹호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 갔다. 2주 전부터 교통·숙박 등 이동권 편의제공을 요청했지만,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교통·숙소 등 편의제공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김선득 활동가는 결국, 당일 대구로 돌아왔다. (관련 기사=국가인권위 주최 인권옹호자회의에서 ‘장애인 차별’ 발생)
이에 국가인권위는 14일 오후 6시 50분께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김선득 활동가에게 보낸 공문에서 “2018 인권옹호자회의에 참석하고자 제주를 방문한 귀 단체의 김선득 활동가께서 장애인 편의 제공 사전 준비 미흡으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깊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행사가 2018년 11월 초순경 확정되었고, 장소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연말에 규모 있는 2박 3일의 행사 장소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구한 장소가 2008년 이전 건축된 건물이라 장애인 편의시설이 고려되는 않는 시설이었다. 이에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 준비가 미흡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는 “장애인 이동권 지원과 관련하여 제주시의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였으나 절차를 충분하게 설명드리지 못하여 착오가 있었다”며 “연이어 큰 행사를 적은 인력으로 준비하다보니 한계상황에 부딪혀 사전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 미흡한 준비 상황을 김선득 활동가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은 위원회의 실무준비팀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사과 내용이 담긴 공문이 ‘어쩔 수 없었음’을 변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비판했다.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기가 촉박해서 장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적은 인력으로 준비하다보니 준비를 못했다는 것은 늘 하던 이야기다. 인권위원회에서조차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라면, 애초 행사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권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어떤 행위에서 책임을 다 못했는지 사과도 구체적이지 않고, 개선 계획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노금호 소장은 “인권위가 그동안 차별 진정 사건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로 결정했는지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사과와는 별개로 인권침해 진정 사건 조사도 진행한다. 김선득 활동가는 12일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 홍보협력과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들어왔다. 차별 진정 사건 조사도 하지만, 총장 면담 요청도 들어왔다.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사후 조치도 밟아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 사무총장과 면담을 요청했고, 인권위는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