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온 리폰(30) 씨는 여태껏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 당혹스러웠다.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로계약을 했지만, 공장에 나가니 새벽 2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휴일에도 출근하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두 번째는 공구 공장이었다. 공구를 다듬을 때 쇳가루가 심하게 날렸고, 마스크를 써도 쇳가루는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공장을 옮기려 했으나 고용주가 허락하지 않았다. 허가 없이 공장을 옮길 수 없다.
현재는 경북 영천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체류기간을 연장한 리폰 씨는 이 공장에서 꾸준히 일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없었다. 새로 들어온 한국인 노동자보다 100만 원 가량 월급이 적었다.
16일 오후 3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와 이주노동자 80여 명은 대구시 중구 2·28운동기념공원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리폰 씨는 “기숙사에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씻을 수가 없어서 공장에 가서 물을 데워서 씼는다.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 대우를 받고 싶다”라며 “한국도 이주노동자를 원하고 나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주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는 정주노동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열악한 사업장에서 낮은 임금과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착취를 감수하며 묵묵히 일한다. 일손이 없는 농축산, 어업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밑바닥이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다. 최근에는 최저임금도 차등 지급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실시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 폐기 ▲안전한 기숙사 제공 ▲최저임금 차별 중단 ▲퇴직금 국내 지급 등을 요구했다.
1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간 후 이들은 대구시내 일대를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