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현(48) 씨는 27년 2개월 동안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됐다.
지난 9월 23일, 추석을 앞두고 집에서 전을 굽고 있던 의현 씨는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노조 와해 모의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설마했다. 인재창조원은 사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고, 의현 씨는 한대정 포스코지회장 등과 함께 제지 없이 인재창조원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가 보니 노무혁신팀이 연휴에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이트보드를 봤더니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나타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직원들은 문건을 급히 감췄고, 직원들과 실랑이가 다소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 주장처럼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포스코 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노동자 5명은 조사를 받았다.
포스코는 당일 사건이 무단침입, 폭력행사였다며 의현 씨를 포함해 노조 간부 3명을 11일 해고했다. 다른 간부 2명에게는 정직처분을 내렸다. 해고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13일 오후 6시 30분, 포스코 노동자 400여 명이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날 포스코 포항 본사 정문 앞은 윤형 철조망이 달린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평소에는 잘 닫지 않는 문이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김의현 씨를 포함해 해고된 노동자들과 정직 처분을 받은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했다.
김의현 씨는 하루아침에 노동자를 내팽개치는 포스코가 야속했지만, 동료 노동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복직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저보다도 가족이 힘들어합니다. 아내는 처음 소식을 듣고 몇 끼니를 걸렀습니다. 불법행위를 확인하려 한 것뿐입니다. 부당해고입니다. 주변 동료도 함께 분노하고 격려해줍니다. 당연히 직장으로 돌아갈 겁니다.”(김의현 씨)
노조는 복직을 위해서 투쟁하고, 부당한 해고니까 당연히 직장으로 돌아갈 것. 주변 동료도 함께 분노하고 격려해주고 있다.
이전락 금속노조 포항지부장은 “무노조 50년 만에 노동조합이 생겼다고 포스코가 탄압한다. 아직 설립 100일도 안 돼 투쟁이란 말도 어색한데 해고노동자 면전에서 철문을 닫았다”라며 “징계받은 조합원은 부당노동행위 현장을 목격하고 증거를 입수했을 뿐이다. 징계는 무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