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시 달성공단 자동차 부품업체인 이래AMS 노사가 시설 투자금 마련 등을 위해 노사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까지 공장 분할,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었던 이래AMS의 이번 협약은 노-사의 이해관계와 더불어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냈던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이래AMS’에서 노사는 ‘노사상생 재도약 비전 선포식’을 열고, 노사상생 선언문을 문성현 위원장, 권영진 대구시장에 전달했다. 김용중 이래그룹 회장, 김인보 이래AMS 사장, 손영산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장, 안중곤 대구시 일자리기획관 국장, 정종희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장, 장세은 이래오토모티브지회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래AMS는 종합 자동차 부품업체로 한국GM 1차 협력업체였다. 1984년 대우와 GM이 각각 50% 지분으로 시작한 대우자동차부품으로 출범해 1998년 델파이가 GM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한국델파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이래’가 2011년 대우 지분을, 2015년 델파이 지분까지 모두 인수해 10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명을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은 공조, 압축 등 사업을 담당하는 이래오토모티브와 구동, 제동, 조향 등을 담당하는 이래AMS로 사업을 분할했다. 노조는 분할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고, 앞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하고 분할을 수용했다.
이들은 올해 5월까지도 회사가 한국GM 철수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자,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사측을 고소하기도 했다. 또, 현재도 노조는 전 노조 지회장의 임원 발령 철회를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이래AMS는 올해 피아트-크라이슬러(8천2백억), 폭스바겐(3천2백억) 등에서 총 1조3,200억 원의 수주를 받았다. 대부분 구동 사업 부문으로, 회사는 생산 설비 투자금 1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래AMS에서 구동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규 투자를 받거나, 정부의 긴급 지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있다.
투자금이 필요한 회사와 공장 분할을 막기 위한 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회사는 노사 상생 분위기로 정부와 대구시에 지원금 조성 명분을 얻고, 노조는 지원금 투자를 받으면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서약문에서 ▲회사의 생존과 직원 고용안정을 위해 경쟁력 향상과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2018~2019년 정기상여금 300% 지급 유보, 복리후생 유보, 연월차 사용 촉진 등 경영 정상화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경영 정상화 시, 지역 일자리 연대 기금 조성 ▲전기차 부품 연구 개발 등으로 대구시가 미래형 자동차 부품산업 메카로 거듭나도록 노력 ▲긴급 자금 조달 시, 이래AMS 생산 설비 투자에 우선 사용 등을 합의했다.
장세은 금속노조 이래오토모티브지회장은 “시설 투자가 어려워 공장 분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한다면 필연적인 노사 극한 대립으로 지난 몇 년 간 노사상생마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도움을 통해 빠르게 시설투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세은 지회장은 “문성현 위원장은 금속연맹 위원장으로서 저희 노동조합을 대표해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면서 올바른 노사문화를 몸소 실천하며 조합원들과 많은 소통이 있었기에 저희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있으신 거로 안다”며 “이 자리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땐 노사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구시와 노사정이 함께 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오늘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오늘 노사가 회사를 살려보자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와 대구시가 응답해 줄 때”라며 “대구시도 최선을 다 해 노사의 뜻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언문에는 긴급 자금 조달 시 이래AMS 생산 설비 투자에 우선 사용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나 공장 분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참석한 문성현 위원장과 권영진 시장도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래AMS의 2017년 매출액은 약 1천1백억 원, 영업이익은 약 120억 원이었으나, 당기순이익은 50억 원 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