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58, 자유한국당) 경주시장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해 노조 활동에 지배 개입한 이유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와 강기봉 대표이사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회사와 강 대표이사의 입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발레오전장과 강 대표에게 각각 벌금 500만 원과 징역 8월을 선고했고, 오는 1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발레오전장을 방문한 사진과 글을 남겼다.
주 시장은 “800여명의 경주시민을 고용하고 있는 용강공단의 발레오전장을 찾았습니다. 2010년 극심한 노사분규로 직장페쇄의 아픔을 딛고 눈물겨운 자구노력으로 글로벌 경쟁럭을 갖춘 기업으로 다시 일어선 회사입니다”라며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경노조 등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프랑스 본사에서 경주공장을 철수하라고 종용한다고요”라고 썼다.
이어 주 시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있어서 안된다고, 제발 용기를 가지고 버텨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발레오가 우리 경주, 아니 한국을 떠나지 않도록 우리 힘을 모아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와 민주노총 경주지부는 주낙영 경주시장이 발레오전장 문제를 왜곡하고, 사법부 판단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5일 오후 3시 경주시청 앞에서 주낙영 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노조는 “주낙영 경주시장은 10년 동안 발레오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한 성찰 없이 일방적으로 범죄자를 옹호하고, 2심 선고를 앞둔 범죄자 재판에 개입하려 한다”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에 대해 일방적인 혐오를 퍼뜨리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각히 상실한 태도를 보인 주낙영 시장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사법부 판단에 내가 어떻게 개입할 수 있겠나. 경주를 떠나는 기업이 많고, 큰 기업이 떠나면 경주 경제가 엉망이 되니 제발 좀 남아 있어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것과 관련해 주 시장은 “2심이 있으니까 기다려봐야 하는 문제다. 사법부 판결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회사를 살리자는 취지”라며 항소심 선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발레오전장에서 금속노조를 이유로 들며 ‘공장 청산’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발레오전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농성을 벌일 때도 ‘공장 청산’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기업노조로 조직 형태를 변경한 총회는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2015년 1월과 6월에도 ‘공장 청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정수성 의원은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피탄원인(기업노조)이 패소한다면 경주 지역에서 규모가 큰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은 청산절차를 밟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6년 2월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고 산별노조 산하 지부·지회가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거래 의혹에도 포함됐다. 2015년 7월 27일 작성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 사례’에는 ‘발레오만도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 사건’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나왔다.
발레오전장은 2010년 2월 노조(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외주화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자 용역경비를 동원해 이를 진압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곧이어 기업노조가 설립됐고,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해고·징계 조치를 받았지만, 2017년 6월 대법원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7년여 만에 복직됐다. 그해 10월에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그 자문을 받고 부당노동행위를 발레오전장의 노조파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 3천만 원을 노조에 배상하라는 판결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