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집 앞에서 퇴직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테이저건을 쏜 경찰에 대해 대구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적법한 사용”이었다고 반박하며, 추가로 노동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대구시 중구 서문로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인권운동연대 등 대구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2일 노동자에게 테이저건을 쏜 대구중부경찰서 삼덕지구대 소속 김 모 경찰관의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 22일 오후, 경북대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경북대병원분회)와 민주노총대구본부 등 노조 간부와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하청업체 노동자 10여 명은 하청업체 대표에 퇴직금과 체불임금 약 3억 원을 받기 위해 사장 전 모 씨(72)의 집을 찾았다. 이들은 전 씨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며 항의했다. 이에 전 씨는 주거칩임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테이저건을 4차례 쏘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조직국장 박소영(30) 씨에 대해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관련 기사 : 경찰, 체불임금 받으러 사장집 방문 노동자에 테이저건 난사)
이들은 “22일 밤 9시경 사장이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노동자 10여 명이 모였다. 그 자리에는 경북대병원 총무과 직원도 있었다”며 “그러나 사장의 신고로 도착한 경찰은 노동자들에게 주거침입, 공무집행방해, 불법집회 운운하며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한 노동자에게는 무려 4번이나 발사했고, 한 여성 간부는 남성 경찰관에 의해 팔이 꺾인 채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 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노동자들을 추가로 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이저건은 1회 발사 시 5만 볼트의 고압 전류를 흘려 인체를 마비시키는 위험한 무기다. 국제엠네스티에서도 사망사례가 다수 보고됐다”며 “특히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대구지방경찰청은 과도한 테이저건 사용으로 인해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중부경찰서 관할 삼덕지구대는 규정을 위반하며 과도한 공권력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경찰은 신고받은 사장을 보호한답시고 중립을 지키키는커녕 퇴직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테이저건을 난사했다”며 “경찰 장비 운용 지침을 보면 테이저건은 폭력 행위 유발 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노동자의 인권침해뿐 아니라 경찰이 평소에 권력과 자본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중부경찰서는?”10여 명의 일행이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급박한 상황으로 경찰관의 테이저건 스턴기능 사용은 관련 법규에 따른 적법한 장구 사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주거하는 빌라 공동출입문을 지나 복도까지 진입하고, 경찰관 퇴거 요구에도 계속 불응하는 등 주거침입 범죄가 명백했다”며 “경찰관이 피의자를 현행범 체포하려 하자 3명의 피의자가 경찰관의 목 부위를 밀치고 손목을 잡는 등 체포를 방해하여 테이저건을 스턴기능으로 전환, 물리력을 행사하는 3명에게 방어 차원에서 테이저건 스턴기능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수차례 경고에도 계속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해서 테이저건을 쏜 것”이라며 “카트리지를 제거한 테이저건은 단순 충격만 가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테이저건 침을 빼고 쏘는 ?스턴 기능의 경우, 2.1㎃(밀리암페어·일반 건전기 2개)의 전류를 흐르게 한다.
또, 경찰은 테이저건을 맞은 민주노총 대구본부 소속 간부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뉴스민>이 확보한 당시 영상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주장한 노조 간부 3명의 폭력 행위 등 물리력 행사는 없어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하청업체 새롬에스티에서 일하던 노동자 26명은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해고 상태에 놓여있다. 또, 업체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도주하자 노동자들은 시름을 앓고 있다. 새롬에스티 사장은 23일 오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집을 빠져나간 뒤, 또다시 연락 두절 상태다. (관련 기사 : 주차노동자 ’26명 해고’에 퇴직금도 떼먹은 업체, 경북대병원은 묵묵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