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해당 기업은 “매우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5) 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전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씨 등 4명은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처음 소송을 제기해, 13년 8개월 만에 확정판결을 얻었다. 그동안 이 씨를 제외한 다른 소송 당사자는 모두 사망했다.
재판부는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과 관련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라며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과거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정이 아닌 정치적 합의였으며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법적 배상을 부인했기 때문에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과거 일본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패소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한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상식적인 판결이고 상식의 승리다. 법치주의가 한국과 일본에서 확장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한일협정에 적용되지 않으며, 청구권이 있다. 이는 일본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故 여운택, 신천수 씨는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 원고 패소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춘식, 故여운택, 故신천수, 故김규식 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2008년 서울중앙지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2009년 서울고법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2012년 대법원은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은 2013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신일철주금이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신일철주금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한일청구권협정과 일본정부의 견해에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1997년 12월 비슷한 소송이 있었지만 2003년 당사는 승소했다. 일본의 확정판결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