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 언젠가부터 ‘박정희 대통령 역사전시관’이 생겼다. 누가, 왜 만든 곳일까. 10.26사건 39주기를 앞두고 궁금해진 <뉴스민>이 직접 찾아가 봤다.
23일 오전 11시, 대구시 동구 동부로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입구 건너편 농협 건물 5층 ‘박정희 대통령 역사전시관’을 찾았다. 건물 앞 전시관을 홍보하는 가판대에는 박정희와 박근혜 얼굴이 나란히 있다. 큰 글자로 “위대한 업적”, “박정희 대통령 역사 전시관 관람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문구도 보인다.
전시관은 상시적으로 열려 있지 않다. 전시관 앞에 도착해 안내 번호로 전화를 하면 ‘박정희 대통령 정신 가르치기(박대정가)’ 임재현(71) 총재가 나온다. 임 총재는 전시관 인근에서 출판업을 하고 있다.
전시관 입장료는 1만 원이다. 재방문하면 5천 원이다. 80평 규모의 이 전시관은 박정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연도별로 정리한 사진과 관련 서적들이 전부다. ‘박정희 대통령 선집(박정희 지음, 1969년)’ 초판부터 2017년 발행된 박정희 탄생 100주년 맞이 ‘주간동아’ 등 비교적 최근 책자도 있다. 박정희 육성으로 녹음된 국민교육헌장 카세트테이프도 틀어 준다.
이 전시관은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임 총재는 “박정희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전시관을 차린 이유를 설명했다.
입구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붙어 있고, 대한애국당 전단과 박근혜 석방 집회를 다룬 전단도 보인다. 임 총재는 한미동맹을 중요시한다고 했지만, 정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한쪽에 마련된 교육실에도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붙어 있다.
임재현 총재는 “박근혜를 가두어 놓고 진보 세력이 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있다”며 박근혜 석방도 주장했다.
사진 전시는 박정희가 태어난 1917년부터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연도별로 1979년 ‘10.26사태’까지 이어진다. ‘5.16쿠데타’는 ‘5.16 군사혁명’이라는 당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후 ‘수출 1억 달러’, ‘한일 국교 정상화’, ‘경부고속도로 준공’, ‘포항제철소 준공’, ‘중동 진출’ 등 경제 개발 정책을 순서대로 다룬다.
임 총재가 직접 사진 설명도 해주는데, 사진에 붙어 있는 사건을 열거하는 식이다. 가끔 “박정희 대통령이 일찍부터 수출의 중요성을 알았다”거나, “업적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등 추임새를 붙인다.
그는 “이 나라를 새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참으로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 위대한 지도자가 나와서 북한을 지지하고,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사람을 잠재울 수 있고, 법을 엄하게 다스려서 국민을 편안하게 해 줄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10.26사건 39주기인 오는 26일에는 동대구역 앞에 나가 사진과 책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