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2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해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손현찬)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당시 체육대회에 참석한 증인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유지할 수 없다.
지난 8월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권 시장을 기소했다. 양측은 9월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후 애초 10월 17일, 24일 이틀로 예정했던 공판일을 22일 하루로 변경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재판은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재판은 권 시장이 지난 4월 22일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해 구호성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데 할애됐다. 변호인 측은 이날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구호성 발언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권 시장이 당시 체육대회에서 “시장은 권영진, 구청장은 강대식, 시의원은 서호영”이라는 발언으로 지지를 호소한 걸로 보고 있다.
검찰은 문제의 발언이 있었다는 걸 입증할 증인 4명을 신청했고, 변호인 측은 이를 반박할 증인 3명을 신청해 장시간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 측 증인은 해당 발언이 실제로 있었고, 다수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였다고 증언했다. (관련 기사=권영진 대구시장 선거법 위반 재판···권 시장 측, “공소 사실 일부 인정”(‘18.10.22)) 변호인 측 증인은 유사한 발언이 있었지만, 구호성은 아니라고 말했다.
권 시장 측은 서호영 대구시의원과 당시 체육대회를 개최한 초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49), 권 시장과 청구고등학교 동문인 전 청구고 동문회장(59)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현장에서 권 시장을 뒤따르며 체육대회 참석자들을 만난 서호영 시의원은 “강대식 지지자들이 모여서 강대식을 찍어줘야 시장을 찍어준다고 해서, 시장님이 웃으면서 구청장은 강대식하고 시장은 권영진, 시의원은 서호영 하면 안 되겠나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선거운동의 목적으로 구호를 외친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간 응대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다른 두 증인 역시 비슷한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의 진위와 구호성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직접 질문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발언을 들었다는 증인 4명이 모두 이재만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측 대구시장 후보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진술 신빙성 입증을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건 맞지만, 당시는 경선이 끝난 후였다”며 “이재만이 증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왜 보고를 안 하냐고 따져 물었다는 진술처럼 증인 4명은 모두 당시에는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고, 사건화된 후에야 심각성을 알게 된 점등을 미루어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 시장 변호인 측은 “권 시장을 흠집 내기 위해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피고인 측 증인 진술과 다르고 객관적 참고인의 진술과도 다르다”고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시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250만 대구 시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 정치를 해오면서 선거법 위반 등으로 법정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더 큰 오점과 죄를 짓지 않도록 관대한 처분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손현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경력 기재)로 기소된 김영애 수성구의원에 대해 지난 9월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권 시장에 대한 선고 재판은 11월 14일 오전 9시 3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