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포스코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집행부를 구성 중이고 10월 중 공식적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13일 오전 10시 금속노조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보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1일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금속노조 가입개시 선언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열린 금속노조 가입 보고 자리였다. 포스코 노동자들은 신원 보호를 위해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민주노조 건설에 착수했음을 동지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보고한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가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 이어지고 있다”라며 “금속노조는 모든 자원과 지역의 민주사회역량을 한데 모아 포스코 조직화에 집중할 것을 결의했다. 늦어도 10월 중으로 조합원 가입을 넘어 본조직 건설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벌써 노동조합의 싹을 자르겠다는 사측의 불순한 의도가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있다”라며 “더 이상 낡은 수법으로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사측에 경고한다. 반인권적인 노동탄압에는 시민사회단체대책위가 대응하고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나서 추궁할 것이다. 무엇보다 금속노조가 나서 사측의 헛된 희망을 철저하게 분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8월 초 일부 포스코 노동자들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고 동료 노동자들을 초대해 포스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오픈 채팅방엔 한 달이 되기도 전에 1,000명이 모였고, 현재 1,700명 넘는 노동자들이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부 사무국장은 “오픈 채팅방을 거쳐 간 인원을 3,000명 정도로 집계하고 있다. 채팅방에선 포스코의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진단하는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볼 땐 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당한 처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장기근속자와 저근속자 간의 임금 격차가 심하고,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 강도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군대식 노무관리 체계가 만만치 않아서 봉사활동 등 외부행사에 동원되고 반성회라고 해서 조업이 지연되거나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퇴근도 못 하고 몇 시간이고 토론하는 관행도 있다”라며 “임원이 게시한 글에 댓글을 안 달면 핀잔이나 면박을 주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노동조합 가입 대상은 포항, 광양, 인천, 서울 등의 정규직 노동자 17,000명이다. 또 지난해부터 포스코 사내하청 8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여전히 1사 1노조 정신을 가져가지만 노조 탄압 같은 것들을 우선 해결하고 정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측, 노조 설립 무력화하기 위한 움직임 보여
한편 포스코 노조 설립 준비에 사측이 방해 공작을 벌이려는 시도 역시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김순기 포스코 노무협력실장 상무는 오픈 채팅방이 퍼지기 시작하자 지난 3일 현장 관리자들에게 대응 지침을 내렸다. 김 상무는 지침에서 노조 결성 준비 활동을 ‘해사(害社)’ 행위로 규정하며 “회사 경영층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및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유언비어를 배포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 후 인사부서로 통보” “선량한 직원들이 회사를 음해하는 불순 SNS에 가입하거나 휩쓸리지 않도록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근무시간에 채팅 등 컴퓨터, 전자기기의 사적 사용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본연의 임무에 몰입하지 않고 성실근무 의무를 위반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현장 순찰 및 모니터링 강화해 근무기강 재확립” 등을 주문했다.
이상섭 사무국장은 “사측은 저근속자 중심으로 예정에도 없던 회식을 하고 노조를 음해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또 특정 부서를 중심으로 회사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는 직원 리스트를 활용, 1:1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러한 회사 지침에 대해 몇몇 중간관리자들도 반대하며 작동이 잘 안 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라며 “부당노동행위를 중간 관리자에게 시키니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4명의 변호사, 노무사, 회계사로 구성된 ‘포스코 새노조 법률지원단’의 단장 권영국 변호사는 “사측에서 복수노조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여러 경로 통해 파악하고 있다. 일명 ‘대항노조’로 9명 조합원이 있는 기업노조를 포함해, 특정 학교 출신이 모인 전 노사협의회, 주임협의회, 심지어 해병전우회까지 포함한다는 의혹이 있는데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단해야 한다”라며 “법률지원단이 끝까지 추적하겠다. 삼성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어질 수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임원들은 은밀하면서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부당노동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어용노조 설립 시도, 1대 1면담 등을 지속하면 회장은 폴리스라인에 반드시 서게 될 것이다. 포스코의 지난 적폐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루겠다”고 경고했다. (기사제휴=참세상/박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