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고 싶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가입하고, 노조가입을 권유하지 말라”는 교육을 하는 등 노조 가입을 방해한 한 하청업체와 관계자 2명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됐다.
2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형사2단독(판사 이형걸)은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된 (주)건호와 대표이사에게 벌금 4백만 원, 관리부장에게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들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 하청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건호의 직원들이 가입하여 활동하게 되면 원청회사와 거래관계에 악영향을 주어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사히비정규직노동조합(현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은 지난 2015년 5월 29일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소속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역시 아사히글라스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주)건호 소속 노동자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던 상황이었다.
이에 2015년 6월 5일 (주)건호 대표이사는 관리자들을 사무실로 불러 ‘지티에스에서 노조를 설립했으므로 사원들이 휩쓸리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했고, 3일 후 관리부장은 건호 소속 직원 27명을 상대로 ‘노조에 가입하고 싶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가입을 하면 되는 것이지 건호와 동료들을 위해 노조가입을 권유하거나 선동하지 말라’는 취지의 교육을 했다. 이후 9일에는 건호 소속 노동자와 개인 면담을 통해 차헌호 노조 위원장과 연락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등 노동자의 노조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양형 참작 이유로 원청회사와 거래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아사히글라스가 지티에스와 도급계약 관계를 해지한 사실도 노조 설립이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사히글라스는 2015년 5월 29일 하청업체 지티에스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한 달 후인 6월 30일 지티에스에게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지티에스 소속 노동자 178명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해 7월 21일 노조는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혐의로 고소했다. 노동부는 2년이 지난 2017년 9월 22일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다며 직접고용 시정 지시를 내리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2년 5개월을 끌다 결국 불기소 처분했고, 노동자들이 항고해 올해 5월 대구고등검찰청이 재수사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