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학생들이 기숙사 정원 332명 감축에 나선 학교 본부에 반발해 교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가 지역 국회의원과 원룸 업자의 압박에 굴복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오전 경북대 졸업식이 열리던 대강당 앞에서 학생 30여 명이 2시간가량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현수막을 들고 “가제는 게 편, 학교는 누구편?”, “은밀하게 밀실합의, 저급하게 통보하기”라며 구호를 외쳤다. 김상동 총장이 졸업식에 참석하려 하자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고, 졸업식 후에는 김 총장을 좇아 본관까지 항의했다.
이들은 이날 시위 이후 김 총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경북대가 현재 건립 중인 기숙사를 원안(정원 1,209명) 규모로 건립할 것을 요구했지만, 본부 측으로부터 뚜렷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경북대는 기숙사 인원 감축과 관련해 교육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민간 사업자와 협의는 진행한 상황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업자들과) 문서로 합의한 것은 없지만 인원 감축에는 구두로 합의된 상황이라 안 지키기도 어렵다”라며 “학생들이 합의 후에 반발하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 수용률을 높이기 위해 3차 민자 기숙사 건립도 계획했었지만, 집단 민원도 있었고 공사 기간 문제, 부지 문제도 있어 현재 보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나영(21) 경북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 부의장은 “학생들이 뒤늦게 항의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정원 감축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들었다. 업자들과 회의 자리에도 참여하려 했는데 학생들은 모두 배제됐다”라며 “지금도 학교가 학생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3차 기숙사를 지을 수나 있겠나. 학교는 업자들과의 협의를 뒤엎을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학할 때부터 학교에 총장이 없었는데 현 총장이 임용되고부터는 그나마 학생의 목소리를 들을 창구가 생기리라 기대했다. 그런데도 총장은 원룸 업자 말만 듣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북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는 조만간 기숙사 문제와 관련해 TF팀을 꾸리고, 9월 중 학생총회를 열어 대응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경북대는 2019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기숙사 신축에 나섰다. 하지만 2018년 4월부터 인근 원룸 업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이들은 기숙사 정원 감축을 요구하며 신축 현장 진입로를 막아서서 공사를 저지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 국회의원인 정태옥(무소속) 의원도 중재로 경북대는 업자들과 5차례 협의 끝에 지난 21일 기숙사 정원 332명 감축에 합의했다. 경북대는 현재 공사 중인 기숙사의 정원을 100명 감축하고, 기존 기숙사의 4인실을 2인실로 개조해 정원 232명을 줄일 계획이다.
현재 경북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약 4,100명으로, 학부 재학생(2만2천여 명)의 18.6%를 수용할 수 있다. 교육부 권고 기준안인 25%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