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서구 비산동 한 쪽방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변영호(54세) 씨는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티고 있다. 방에 샤워 시설이 있는 곳은 월세가 비싸다. 주변에 무료로 샤워할 수 있는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난 12일부터 폭염경보가 15일 째 이어지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쪽방상담소가 대구 쪽방 주민 48가구를 현장 방문해 실태 조사한 결과, 46가구가 선풍기를 주요 냉방 시설로 사용했다. 12가구가 에어컨이 있다고 답했지만, 주요 냉방 시설로 에어컨을 쓴다고 답한 가구는 한 가구뿐이었다. 또, 20가구가 폭염으로 인해 어지럼증, 두통을 겪는다고 답했고, 구역질, 호흡 곤란을 겪는다고 답한 가구도 있었다.
대구시가 올해 방문 건강 등록 대상자 2만8천여 명 중 폭염 취약 계층 10,633명을 집중 관리를 시작했다. 8개 구군 보건소 방문건강관리팀은 9월 말까지 폭염 기간 TF팀을 꾸려 방문 건강 체크, 폭염 물품 지원(쿨토시, 쿨스카프 등), 폭염 대처 요령 안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이 지속되면서 대구시 대책만으로 역부족이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반빈곤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대구시 중구 현대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폭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구시는 폭염에 취약한 노숙인,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현장대응반을 꾸려 복지 도우미, 자원봉사자 등을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며 “최근 폭염을 재난의 범주로 정책 수립을 한다고 하지만, 즉각적인 폭염 특별재난지구를 선포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시적 임시거주시설 제공 ▲주거 빈곤층 폭염 대책 기구 수립 ▲폭염 관련 주거 실태 및 건강권 실태조사 ▲이동 목욕 서비스 정기적 제공 등을 요구했다.
대구 소방안전본부는 지난 25일까지 이송한 온열환자만 81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3명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 동안 온열질환자는 41명으로 작년 발생한 온열질환자(28명) 수를 뛰어넘었다. 전체 환자 가운데 60% 이상이 60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