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 98.3%로 파업 가결…24일 마지막 조정

두 차례 지노위 조정에도 합의점 못 찾아 조정 연기
24일 마지막 조정 결렬되면 25일부터 파업
노조, "임금 인상 등 무리한 요구 아냐"
병원, "임금 4% 인상 최대...시간 필요"

15:55

대구가톨릭대학병원노조가 98.3%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사가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을 연장한 가운데 노조는 오는 24일 마지막 조정이 결렬되면 25일부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분회)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임금단체협약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98.3%가 파업에 찬성했다. 조합원 870명 중 92.4%(78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3일 노조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행위 조정을 신청하고, 지난 18일까지 두 차례 조정 회의를 했다. 18일 열린 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는 24일까지 한 차례 조정을 연장했다. (관련 기사 : 대구가톨릭대병원 노사 교섭 4개월째 난항…노조, 쟁의 행위 조정 신청)

노조는 ▲기본급 20% 인상 ▲주5일제 보장(토요 휴무 폐지 등) ▲노조 활동 보장 ▲적정 인력 충원 ▲육아휴직 급여 지급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부서장 갑질 근절 등 10대 핵심 안건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기본급 4% 인상을 주장하고 나머지 요구안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9일 12시 대구가톨릭대학병원 기자회견을 열고 “98.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은 지난 10년간 희생과 봉사만 강요한 의료원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높은지, 첫 임단협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간절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투쟁 의지를 모아 하루빨리 노동자들도 마음 놓고 일하고, 환자들도 마음놓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송명희 분회장은 “뉴스를 검색하다 노조 출범식 날 병원 측 입장이 담긴 기사를 보게 됐다. 병원은 노조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 후로 172일, 6개월이 흘렀지만 뭐가 바뀌었나”며 “2차 조정 회의에서도 병원은 ‘당장 힘들다’, ‘차차 좋아질 것이니 힘 모으자’고 했다. 이 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었던 말이다. 수십 년 동안 지칠 대로 지쳐 노조가 생긴 것을 병원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석호 선전부장도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파업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면서 걱정이 앞섰다. 우리 환자들, 환자 보호자들은 괜찮을까. 그동안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힘든 일도, 부당한 일도 참던 동료들을 보았다”며 “언젠가 내 노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병원의 행태를 보면 믿음과 신뢰가 없다. 임금 인상, 주5일제 근무, 육아휴직 처우 개선이 무리한 요구인가. 병원은 진정성 있게 교섭안을 내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병원 측은 당장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은석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홍보팀장은 “제일 큰 쟁점인 급여 부분이 조율되지 않고 있다. 올해 경영 성과를 봤을 때 최대 4%를 인상해 교직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 기본급 20%를 인상해 줄 재정적 요건이 있다면 할 수 있지만, 사전 조사를 했을 때 그렇게 안 됐다”며 “그동안 임금이 타 병원보다 적었기 때문에 20%를 올려 달라고 하는데, 직원들이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주5일제 근무 등은 장기적으로 병원에서도 시행하려고 검토 중이다. 다만 바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준비 중이다”며 “제일 염려스러운 것은 환자들이 진료 불편을 겪을까 하는 거다. 하루빨리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노사 모두 주장이 강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3차 조정회의는 오는 24일 오후 3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사내문화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7일 노조를 결성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연차수당 미지급 등 지난 3년간 체불임금 28억여 원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가입 대상 1,600여 명 중 87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