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아이쿱생협은 복잡하고 어려운 현행 식품표시제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바꾸자는 취지로 “예외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캠페인(inmycart-icoop.org)을 벌여왔습니다. 시민과 함께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함과 더불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를 선택함으로써 한국 농업을 지키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외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시민 캠페인 펀딩에는 9월 22일까지 3만 5천여명의 소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오는 10월 17일 ‘아낌없이 표시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서울, 광주, 대구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민>은 아이쿱생협과 ?시민기자가 쓴 기사와 인터뷰를 17일까지 연재합니다. 두 번째 글은 지난 8월 26일 열린 ‘예외없는’ 식품완전표시제 토론회 참가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토론회의 풍경은 조금 남달랐습니다. 홀을 가득 메운 25개의 원탁. 그리고 그곳에 나누어 둘러앉은 전국에서 온 활동가들. 강단에 선 발제자들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지요. 주 발제자들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열린토론’. 과연 25개의 원탁에서는 시끌벅적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을까요?
더 나은 식품표시제를 위한 조합원들의 ‘상상’과 ‘바람’이 아낌없이 쏟아지던 날, 원탁 현장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먼저 3조 테이블
“울산에서 새벽밥도 못 먹고 올라왔는데, 전국의 활동가들을 이렇게 만나니 아주 좋네요.”
“전 시민단체 녹색연합 활동가예요. 평소 표시제에 관심이 많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참여했어요.”
“어느 동네 사세요? 반가워요~”
일단 이런저런 반가운 인사들이 오고갑니다. 활동가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벌써 느껴지네요.?이들이 이날 선택한 열린토론의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식품의 모든 성분과 함량을 예외없이 표시하려면 공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이 문제와 소비자 알권리를 모두 충족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식품 표시를 예외없이 하고 싶어도 포장지의 공간이 부족해 하지 못한다고 혹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실제 껌이나 초콜릿 같은 제품의 작은 포장지에는 성분을 모두 표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러나 이에 대해 한 토론자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기업의 의지가 있다? 없다?
“정말 중요한 정보라면 포장지의 절반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 식품 표시를 포장재 공간이 비좁아서 못한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러니까 기업의 의지의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포장지라는 공간의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품명과 홍보 문구 같은 기업이 내세우는 광고뿐 아니라 성분표시와 영양표시까지 포장지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기업의 의지, 공간의 비좁음을 뛰어넘어 식품 완전 표시를 위한 대안들이 있을까요. 이날 4조의 토론에서는 이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QR코드?앱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법
“포장지가 작은 제품일 때는 첨가물의 개수를 써주고 상세 정보는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서 확인하도록 해요.”
“해열제 같은 약품을 보면 라벨을 떼면 상세 성분 표시가 되어있거든요. 이와 비슷한 ‘이중라벨’을 사용하면 공간 제약 없이 식품 표시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식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QR코드’를 활용하든, 홈페이지를 활용하든, 아니면 매장이나 매대에 정보를 붙이든 제대로 된 정보를 사용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요.”
“바코드를 찍으면 큰 화면에 궁금한 물품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요.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거죠.”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제도 어때요?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을 통해서 인증 마크로 제품의 포장만 보고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첨가물 5개 이하이면 초록색, 그래서 초록 마크만 보면 믿고 살 수 있는 식으로요. 외국에서는 생활용품도 등급 표시를 하잖아요.”
“바르게 표기하는 기업에 포상(인센티브 제공)의 형태로 ‘바른 표시 기업상’ 같은 것을 주면 어때요? 기업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북돋아야 해요.”
“무엇보다 포장지에 소비자가 원하는 내용을 가독성 높게 표기하는 방법이 법으로 제도화되었으면 해요. 글자 크기부터 보색까지 포함해 포장재의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가독성을 높여 표기 방식을 법제화하는 방안,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 도입, 기업 포상제도…. 정말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네요. 이 중에서 어떤 아이디어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캠페인을 통해 숙성될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다음은 25번 테이블입니다. 참석자들의 표정이 다소 심각한데요, 토론 주제를 한번 볼까요.
<GMO표기는 소비자 알 권리, 농업 및 환경문제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토론이 조금 무거워 보입니다.
GMO는 어렵다?
“GMO에 대해 우리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게 얼마나 검증된 것인지, 유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재 과학적 진실이 앞으로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요. GMO 연구도 다국적 기업의 영향 아래 있고요. 중립성 있는 GMO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GMO로부터 종자, 땅, 사람을 보호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표시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성 ‘논란’ 때문입니다. 우리가 GMO의 완전표시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것이 지금 당장 위험해서라기보다 알 권리, 그러니까 보고 듣고 판단하겠다는 권리의 차원인 셈이지요.”
GMO 표시와 우리 농업
만약 식품완전표시제 캠페인이 성공해 NON-GMO표기가 가능하게 된다면 우리 농업 생산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막연하게 GMO 표기가 이루어지면 GMO 작물 수입량도 좀 줄어들고 세계 1, 2위 수입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가 봅니다.
“현실은 우리의 콩 자급률이 10%라는 사실이에요. 과연 농업의 자립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표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NON-GMO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딜레마 같아요. 소비자도 농민들도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물린 게 많아요. NON-GMO 표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단체, 기업, 정부, 농민들이 식량자급률을 높여나가는 일까지 함께 힘을 합해 노력해야 할 거예요.”
GMO 표시제에 대한 희망과 기대
그렇다면 GMO표시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 해볼까요?
“GMO 비의도적 혼입률 3% 인정은 수치가 너무 큰 것 같아요. 고의로 이용할 수도 있는 수치죠. 비의도적 혼입률 허용한계를 1% 정도 이하로 낮추어야 할 것입니다.”
“국내산만이라도 NON-GMO 붙이자는 제안은 어때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 특성상 콩의 수입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에요. 안 들어가는 식품이 없으니까요. NON-GMO 표시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대안이나 해결책도 함께 제시하면서 희망을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한 토론자는 또 다른 기대를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식품 대기업들이 수입 식품들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중요시하잖아요. GMO 표시제가 정착되면 더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식품 원료의 질’이 중요하게 평가받는 쪽으로 변화하는 실마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식품 기업들도 자연히 변화하게 되겠지요.”
토론을 듣다 보니, 우리가 챙겨야 할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GMO의 안전성이나 농업 기반 자립 문제는 소비자들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좀 더 길게, 또 멀리 함께 내다보아야 할 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GMO에 대해, 또 한국 농업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분도 공감을 누르거나, 또는 다른 의견을 달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열린토론에서 쏟아진 말과 생각들이 캠페인의 또 다른 씨앗이 되어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그럴 때 식품완전표시제를 위한 우리의 ‘바람’과 ‘희망’도 비로소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글 최문주 아이쿱 시민기자(구로iCOOP), 서근혜 아이쿱 시민기자(용인iCOOP)
사진 즉문후답 아이쿱 시민기자(한밭iCOOP), 손연정 아이쿱 시민기자(하남iCOOP(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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