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구경북지역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출마자가 많다. 다른 정당 후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일당이 독점한다’는 평가를 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후보가 없는데 어떻게 찍어주느냐’고 평가하는 시민들도 있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에 나오는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는 구절처럼 보수정당 벽을 넘기 위해 출마한 후보들도 있다. <뉴스민>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후보를 소개한다.
다섯 번째 후보는 대구시의원 달서구 제5선거구(성당동, 두류1·2동, 두류3동, 감삼동)에 출마한 차우미(52)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곳에는 차 후보 외에 자유한국당 정천락(60), 대한애국당 구상모(58) 후보가 출마했다. 달서구청 자치행정국장을 지낸 정 후보, 재선 달서구의원 구상모 후보와 당선을 다투는 차 후보는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를 지낸 오래된 여성인권운동가다.
차우미 후보는 30년 째 여성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학도호국단 해체로 치러진 85년 영남대 총여학생회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89년 대구여성회 회원, 92년 대구여성의전화 활동으로 꾸준히 여성운동에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30년 동안 정치권 밖에서 만들었던 경험을 공식적인 틀 안에서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30년 여성운동을 통해 느낀 것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이다. 가정폭력특별법, 성매매특별법, 남녀고용특별법은 수많은 이들이 땀흘린 투쟁의 산물이었다. 최근 미투운동을 지켜보면서 더 확신이 들었다. 대학 시절 여성운동 이야기를 꺼내면 소위 ‘운동권’ 남학생들로부터 ‘분열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꿋꿋하게 대응했다.
그는 ‘페미니즘’에서 민주주의 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로 재직할 당시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특강도 꾸준히 진행했다. 2016년 매주 촛불집회가 열리던 시기 ‘집회에 나오라’고 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차 후보는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 페미니즘만 있을 수 있나? 웃기는 소리다. 제대로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선거공보물과 명함에 ‘여성인권전문가’를 내걸었다. 대구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표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차우미 후보는 게의치 않았다. “사회 구조 안에서 그늘이 어디 있는지, 주류가 은폐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자 한다”는 게 출마 이유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안전한 도시, 자녀양육하기 좋은 도시, 노인이 평안한 도시를 내세운 차우미 후보는 ▲공공기관 화장실 무상생리대 비치 ▲여성폭력 처리불만 창구 개설 ▲성평등한 교육을 위한 부부프로그램 및 아버지학교 설립 ▲노인세대 청소 서비스 등을 공약했다.
벽에 부딪힌 순간도 있었다. 페미니스트인 딸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만난 시민에게 명함을 건낼 때였다.
“한 식당에서 노부부가 식사하시는데 명함을 드렸어요. 할아버지가 냉면 드시다가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어요. 나는 충격을 안 받았는데 딸이 충격받았죠. 새벽에 펑펑울면서 ‘엄마, 나 못하겠어’라고 하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렇지만 저는 저분의 어떤 경험이 이런 분노를 불러일으켰을까 생각해봤어요.”
지지하는 사람,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 선거다. 민주당이란 간판을 달고 출마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분노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차우미 후보는 꼭 당선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나이드신 분들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필요해요. 시의회에 들어가면 성차별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인권교육, 젠더교육 등 여러가지를 통해서요. 평등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기반을 꼭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