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이 전국 최초로 시설 폐지를 선언했다. 민주적 운영을 하더라도 지역사회와 격리된 거주시설의 한계가 있다며 재단과 노조가 적극 나선 결과다.
1957년 설립한 청암재단은 현재 대구에서 거주시설 2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58명이 입소 중이다. 청암재단은 2005년 재단 내 거주시설에서 장애인 인권침해·비리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단 공공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공익이사제를 도입하고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는 등 민주적 운영에 나섰다. 현재까지 거주 장애인 20명 탈시설을 지원했다.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과 공공운수노조 청암지회는 17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암재단 공공화와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탈시설 추진 속에서도 시설 구조 그 자체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더 이상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 장애인 단체, 노조, 복지단체 등과 함께 실행위원회를 설치해 대구시·정부와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박배일 청암재단 대표이사는 “거주시설에서는 거주인들을 위해 24시간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시설도 불가능하고 사고나 인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아무리 민주적으로 운영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영웅 공공운수노조 청암재단지회장은 “발달장애인도 자립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라며 “인권과 노동권 둘 다 중요하다. 대구시는 시설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안정적인 시설 변화를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탈시설 체험홈 등을 확대해서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에 노력할 계획이다. 현재 체험홈 15개소, 자립생활가정 18개소가 운영 중인데, 올해 25개소를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청암재단의 탈시설 계획도 실현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승인했다”라며 “보건복지부도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 중이니 거기에 따를 것이고, 시 자체적으로 탈시설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도 늘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