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경북 성주군, 김천시에서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6·13지방선거에 출마했다. 성주군수에 이강태(43, 더불어민주당), 성주군의원에 김미영(37, 더불어민주당), 김상화(37, 더불어민주당), 이재동(50, 무소속), 김천시장에 박희주(49, 무소속), 김천시의원에 김동기(50, 더불어민주당) 씨가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민>은 사드 반대 운동을 벌였던 시민들이 출마한 이유를 들었다.
“분위기가 좋아요. 마을회관 어르신들 인사하러 가면 다들 깜짝 놀라세요. 여자가 군의원 출마한다니까. 별로 안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으니 오히려 제가 힘 받고 나와요. 앞으로도 계속 며느리처럼 잘 해드리고 싶어요.”
오는 지방선거에서 성주군 다선거구(초전, 벽진, 금수, 가천) 군의원에 출마하기로 마음먹은 김미영(37) 씨는 주민들을 만나며 호응받고 있다. 쉬운 도전은 아니다. 역대 성주군의원 출마자 51명(비례 제외) 중 역대 두 번째 여성 출마자이자, 최연소 출마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김미영 씨가 출마한 다선거구에는 자유한국당 예비후보 4명이 있는데, 모두 50세 이상 남성이다. 다선거구에서 유일하게 범죄 경력도 없다.
미영 씨는 정치에 큰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다. 벽진면에서 지낸 어린 시절, 집안 살림이 어려워 일손 돕기에 바빴다. 할머니는 통닭집인 옆집을 도와 닭 손질을 해서 집안 살림을 꾸렸고, 저녁밥은 닭내장을 끓인 국이 주메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 일손이 늘 부족했다. 허드렛일을 돕다가도 한 번씩 벽진 5일장에 나가는 게 미영 씨의 소박한 놀이였다.
80년대 들어 성주에서 본격적으로 참외 농사가 시작되고, 미영 씨 집에서도 참외 농사를 시작하며 살림살이는 그나마 나아졌다. 그때 즈음도 성주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대구로 ‘유학’ 보내는 분위기였다. 교육기반이 워낙에 열악했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미영 씨는 유학은 꿈도 꾸지 않고 벽진초·중, 성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왔다. 지금 와서 보면 고향에서 지낸 시절 기억이 더욱 소중하게 남았다.
취업과 함께 대구로 나갔다. 우방랜드(현 이월드) 우우방방이 인형탈을 쓰고 춤을 췄다. 춤을 배우다 더 큰 꿈이 생겨 롯데월드 오디션에 합격했다. 서울 생활을 하며 남편을 만났고, 고깃집을 시작했다. 운이 따라주진 않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고깃집을 했는데 구제역이 터졌고, 상춧값도 폭등했다. 돈이 떨어지는 바람에 전세를 빼내 반지하 셋방으로 옮겼다. 아이를 둘 낳고 보니 고향으로 생각이 났다. 교육이나 문화 시설은 낙후됐지만, 미세먼지도 없고 여유로운 생활이 육아에도 좋을 것 같았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또래 아이들이 모여 놀 곳이 성밖숲 외에는 마땅한 곳이 없고, 주부들도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미영 씨는 왜 성주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지 이해했다.
“인구가 늘어나려면 젊은 사람이 자꾸 찾아와야 해요. 아이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성주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대구로 빠져나가야 해요. 장기적으로 성주가 나아지려면 사람이 찾아서 들어오는 성주, 치유되는 성주가 돼야 합니다.”
‘빵&야’에서 빵도 팔고 커피도 팔며 성주 생활에 적응해 나가던 미영 씨는 왜 군의원에 도전했을까. 2016년 7월 성산포대 사드 배치 발표 후 군의회가 민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드 투쟁 초기, 군청 앞마당에는 매일 1천 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였고 한반도 사드 반대를 외쳤다. 이 목소리를 듣고 시원하게 행동하는 군의원이 안 보였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면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죠. 그리고 대표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왜 윗사람들 눈치만 본 걸까요.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일도 옳은 일이라면 피하지 말고 하는 것이 군민에게 신뢰받는 길입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군민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대표자가 먼저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해요. 저는 당이나 윗사람 눈치 안 보는 정치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