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로 인해 시민여러분이 겪으신 심려와 고통에 이명박과 사측을 대신하여 사과드리며, 건강한 회사, 도덕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노동조합이 앞장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최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다스지회장은 29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주)다스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리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경영진은 아직도 사과 한마디 없는 상황에서 비리와 관련 없는 노조가 사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 등 불법으로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주식 한 주 없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경영진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다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장 밖을 나가면 바로 작업복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최재소 다스지회장은 “몇 개월 전부터 DAS가 찍힌 작업복을 보면 동네 사람들도 비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수군거려요. 일을 마치고 밥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비리는 경영진이 저질렀는데 부끄러움은 노동자들 몫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다스의 협력회사로 이영배 대표이사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으로 구속된 (주)금강 노동자들도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최인혁 금속노조 금강지회장은 “대표이사가 MB 재산관리인으로 구속되면서 경영자금이 부족해 임금 지급을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분위기를 보고 퇴사하는 노동자도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금강은 이 전 대통령 처남의 부인 권영미 씨가 지분 64%를 소유하고 있다. 권 씨는 다스 2대 주주(23.6%, 최대 주주는 이상은 47.26%)이기도 하다.
경북 경주, 충남 아산 공장에서 자동차 시트를 생산하는 다스 노동자는 약 1,500명이다. 금강과 같이 다스에 납품하는 소위 ‘현대자동차 2차 밴드’ 노동자들까지 더하면 약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금속노조는 추정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경영진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그 피해는 애꿎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회사는 금융권의 대출 정지, 단기 대출금 상환 정지 등으로 경영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노동자 복지 축소 등을 내놨고, 노동자들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직장 이름도 말하지 못하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스, 금강 등 금속노조 조합원 60여 명은 “노동조합은 경영에 관한 의혹을 풀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일만 해왔다.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비리경영진 퇴진과 투명경영 시행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간 다스에서는 영업이익 축소와 허위 하도급 납품대금으로 만든 350억의 비자금을 가지고 개인 선거 자금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 놓은 대가를 개인과 그 일가들이 유용했다”며 “노동조합은 현재 경영진의 각종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퇴진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29일 예정된 다스 주주총회를 맞아 ▲이명박 일가와 주주의 비리 청산 ▲비리 경영진 퇴진 ▲노동이사제 도입과 노조 추천 사외감사 선임 ▲불법 자금 환원 등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법원과 검찰 그리고 정부는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신속하게 관련자들의 비리를 밝혀내고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달라. 다스 노동조합은 우리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정의 실현과 노동자 생존권 확보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고개 숙이며 사과의 말을 재차 꺼낸 다스 노동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이명박과 주주의 부정과 비리로 고통받은 시민과 지역의 노동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