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이경수 의료원장) 노사가 의료원장 교섭 참석을 두고 교섭 시작 전부터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사내문화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7일 노조를 결성했다.
20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는 “21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행위를 위한 조정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출범 후, 1월부터 병원에 교섭을 요청했다. 2월 이경수 의료원장 신부가 취임한 뒤, 한 차례 면담과 교섭을 위한 노사 상견례를 진행했다. 첫 교섭 상견례 당시 이경수 의료원장 신부가 참석했지만, 이후 교섭 자리에서 병원은 의료원장은 교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의료원장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3월 8일, 15일 두 차례 교섭에 의료원장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교섭은 중단됐다.
송명희 분회장은 “의료원은 그때그때 생긴 문제를 막기에 급급하고 문제 원인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의료원장이 현장을 책임지고 돌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3개월이 넘도록 의료원장이 책임자로서 교섭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료원장은 직원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지난 1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이 시정을 요구한 미지급 연차수당 등 체불임금 10억여 원을 일괄 지급했다. 하지만 3교대 간호사 연장근무 수당 지급 기준에 대해 노사가 이견으로 연장근무 수당은 해결하지 못했다. (관련 기사 : 대구가톨릭대병원, 3년간 체불임금 10억 넘어…1월 지급 완료)
송명희 분회장 “현장은 곪고 곪아 문제가 쉴 새 없이 터지고 있다. 야간근무 간호사들에게 연장수당을 주기 싫어서 30분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며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에게 얼토당토않은 말이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날 12시 대구시 남구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원장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 교섭에 직접 참석하라”고 요구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기자회견에는 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SNS를 뜨겁게 했던 대가대의료원의 갑질 문화는 의료원 적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노동조합은 의료원장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다렸다. 수십년을 참고 기다려온 우리 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의료원 측은 오히려 노조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하규호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총무부장은 “의료원장 신부님은 병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병원 인사와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처장 신부님이 교섭권을 위임받아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하는데 (노조에서) 들어주지 않는다”며 “의료원장 신부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있으면 몇 회에 한 번 모시자고 수정 제안까지 했다. 처음부터 파업으로 몰고 가는 거 같다”고 반박했다.
한편,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지난달 21일부터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수시감독에 나섰다. 28일까지 계획된 감독이 연장돼 현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