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국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주되게 알려졌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우리의 연장근로는 당장 줄어들 수 있을까? 당신이 대구에서 일한다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
먼저, 자신이 일하는 회사 규모가 얼마인지를 확인하자. (회사 규모와 관계 없이 당장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법률은 휴일 근로수당과 연장 근로수당 중복 적용이 폐지된다는 것뿐이라고 보면 된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5명 미만이라면 근로시간 단축은 아무 의미가 없다. 민주노총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예외 적용 조항 폐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신이 대구에 있는 직장을 다닌다면 여기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대구시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929,087명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32%(299,037명)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205,319개 회사 가운데 83%(170,058개)가 5인 미만이다.
업종에도 적용 예외 조항은 여전하다. 26개 업종에서 5개로 줄어들긴 했지만, 당신이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제59조) 업종에 포함된다면 바뀐 법이 상관 없다.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뽑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의 여부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
해당 업종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제1항제1호에 따른 노선(路線)여객자동차운송사업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이다.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300명이 넘는 규모이거나 공공기관이라면 올해 7월 1일부터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대구에서 300명 이상인 회사는 0.05%(205,319개 가운데 122개), 당신이 포함될 학률은 8.4%(929,087명 가운데 78,066명)에 불과하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회사는 2020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5인~49인 회사라면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 가운데 5~29인 회사라면 2022년 12월 31일까지 8시간 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관공서 공휴에 관한 규정 도입 또한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다. 300인 이상 회사는 2020년 1월 1일, 30~299인 회사는 2021년, 5~29인 회사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법 개정안을 두고 떠들석했지만, 작은 회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대구에서 연장근로를 많이 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보겠다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은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대구 성서공단 내 직원이 20명인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A 씨는 주 6일 일하면서 약 245만 원(세전)을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이었지만, 평일 야간근로를 12시간 하면 시급의 150%를, 토요일 12시간 일하면 시급의 200%를 받을 수 있어서였다.
A 씨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는 시기는 2023년부터라 근로시간 단축은 당장 의미가 없다. 이전처럼 일한다면 시간당 최저임금도 올라 월급이 많이 오를줄 알았다. 일하는 시간, 일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오는 7월 1일부터 A 씨 월급은 약 270만 원(세전)을 받게 된다. 휴일연장근로 중복적용이 폐지되면서 예상됐던 임금보다 약 12만 원이 줄어들었다.
9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마치 대단한 개혁법안을 통과시킨 것처럼 자화자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근로기준법 졸속일방 강행처리로 문재인 정부도 노동적폐의 대상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여있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 폐기 ▲특례 업종 전면 폐지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연장근로 허용 폐지 등을 요구해왔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1주 52시간 노동시간제가 현행법임을 확인하고, 휴일근무 중복할증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졸속으로 야합한 근로기준법 개악”이라고 지적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배제하는 조항을 그대로 두고, 연장근로 특례조항 등 대구 전체 노동자의 권리는 나아진 게 없이 후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