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대구 학생들의 외침이 숨죽여있던 민주주의를 깨웠다”며 대구시민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28일 오전 11시 올해 대구시 중구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열린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가보훈처 주최로 열린 기념식에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의장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30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 있는 2·28학생민주의거 기념탑 참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7일 대통령 후보 시절 2·28학생민주의거 기념탑 참배를 시작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기념식은 민주화운동 유공자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애국가 제창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김향선(2.28민주운동 故 이대우 씨의 배우자), 김길열(3.15의거 故 김주열 열사 동생), 이경의(4.19혁명 故 이기택 씨 배우자), 김소형(5.18민주화운동 故김 재평 씨 차녀), 배은심(6.10민주항쟁 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가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대구 학생들의 외침이 숨죽여있던 민주주의를 깨웠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의 항거가 잇따랐다. 2.28 민주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번져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3.15 의거와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번째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 돌이켜 보면 그 까마득한 시작이 2.28 민주운동이었다”며 “그로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여정을 시작했고, 6월 민주항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촛불혁명으로 마침내 더 큰 민주주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28 민주운동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었지만, 오랜 기간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민주화운동으로서 법적 정통성을 확보한 것도 50년만인 2010년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드디어 우리 국민은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2.28 정신을 온전히 살려냈다.그 연대와 협력의 바탕에는 2·28 민주운동과 5·18 민주화운동의 상호교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정신을 높이 평가하면서 대구시민을 향한 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제일 많은 곳이다. 대구경북은 민족항쟁의 본거지였다. 혁신유림과 항일의병운동, 독립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진 역사는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90년을 뛰어넘어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낙동강 방어전선으로 대한민국을 지킨 보루가 되었던 곳도,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본거지가 되었던 곳도 이곳 대구”라며 “대구는 이렇듯 자긍심 높은 도시다. 저는 오늘 이 기념식을 통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의롭고도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온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이 더 높이 빛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28민주의거 기녑탑과 기념식장 밖에서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영남대병원 해고자 복직’과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