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한 사립학교 이사회가 비정규직 강사에게 7천만 원을 받은 교사를 교감으로 임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5일 포항교육지원청이 해당 사건에 대해 교감 임용을 보류하고 수사 의뢰할 것을 지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이 학교 체육교사 A 씨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4차례에 걸쳐 현금 7천만 원을 비정규직 스포츠강사 B 씨에게 받았다.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자 돈은 모두 돌려줬다. 7천만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채무 사실을 기록한 차용증이나 각서는 쓰지 않았다.
금전 지급 사실을 확인한 학교장은 2017년 7월 23일 재단 이사장에게 사실을 보고했고, 같은 달 27일 B 씨는 사직서를 냈다.
8월 4일 A 씨는 경고문을 받았고, 9월 29일 A 씨는 B 씨에게 7천만 원을 돌려줬다.
<뉴스민>이 입수한 ‘교원 비위사건 보고’ 문서에는 사건 적발 이후 학교 측의 초기 판단이 나온다. “공직사회 주요 비위 중 하나인 금품수수에 해당되며, 최근 정부에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금품수수에 대한 징계 수위가 강화되고, 징계의 감경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다”라며 “공직자로서 청렴하고 깨끗하여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차기 교감 예정자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려 본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품위를 손상한 점,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예의주시하는 사람들이 미흡한 처리에 대해 과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것이다.
포항교육지원청은 3차례 당사자 조사 후 문제가 있다고 보고 15일 공문을 통해 교감 임용을 보류하고 수사 의뢰를 지도했다.
하지만 학교 재단 이사회는 16일 A 씨를 오는 3월부터 교감으로 임용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인사권이 재단에 있고, A, B 씨의 진술을 들은 결과 대가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뉴스민>은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에게 16, 17일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 부지부장은 “이 학교는 지역민이 함께 세운 학교인데 지역민이 기대하는 건전한 사학에 대한 열망을 져버린 결정”이라며 “일반교사나 비정규직보다 교장, 교감 비리에는 관대한 경북교육청의 전반적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