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수성구청(청장 이진훈)이 행정대집행을 통해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대구지방검찰청 입구 앞 인도에 설치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고소에 대한 검찰의 빠른 기소를 촉구하며 지난해 8월 29일부터 농성을 벌여왔다. 수성구청은 계속된 민원으로 자진 철거 요청을 했으나 응하지 않아 철거했다고 밝혔고, 노조는 힘없는 노동자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세운다며 행정대집행을 비판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수성구청 직원 30여 명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대구지방검찰청 입구 앞에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설치한 천막과 현수막 등을 철거했다. 농성장에는 노동자 2명뿐이었던 터라 충돌 없이 30여 분 만에 철거가 끝났다.
앞서 수성구청은 2차례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26일과 올해 1월 10일까지 자진 철거 요청 계고장을 통보했고,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수성구청은 시민 민원과 인도 보행로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이날 농성장을 지키던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남기웅(36) 씨는 “아사히글라스가 부당하게 해고했는데 검찰은 시간을 끌었다. 그렇지만 부당해고를 알리면서 다닌 우리에게는 빠르게 벌금,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며 “우리가 고소한 단 1건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답이 없고, 힘없는 노동자한테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니 법의 잣대가 지나치게 회사에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178명은 회사의 일방적인 도급계약 해지로 2015년 7월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노조는 그해 7월 21일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회사를 고소했다. 노동청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방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지난해 9월에는 불법파견 시정지시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고소 2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20일에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사건 처분 이후 농성장을 자진 철거하려던 노동자들은 검찰 결정에 항의하며 길거리 농성을 이어가며 대구지검장 면담을 요구했다. 증거가 부족했다면 2년 5개월이나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9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김도형 검사(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