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연구원 사망 노동자 명예회복 합의…60일 만에 장례

27일 연구원-노조, 유족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합의
연구원, 수석 명예행정원으로 추서, 산업재해 인정받도록 협조

19:23

악의적인 보도 후 해당 기자에게 “펜을 든 살인자”라는 문자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노동자 손 모(57) 씨 유가족과 노조, 연구원 측이 고인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에 27일 최종 합의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1층에 마련된 손 씨 분향소.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에 따르면 유가족과 연구원은 고인을 명예 수석행정원으로 추서하고 ‘노사 공동명의의 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데 합의했다. 또 고인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원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그밖에도 연구원은 손 씨의 죽음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을 하고, 도의적 차원에서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 이후 유족과 연구원 측은 법적, 행정적, 도의적 추가 책임을 묻지 않는다.

지난 10월 31일 손 씨가 사망한 후 58일 만에 유족과 연구원이 합의에 이르면서 미뤄뒀던 장례 일정도 오는 29일 엄수된다. 29일 오전, 고인이 18년 동안 근무했던 한국패션센터 앞에서 노제를 진행한 후 명복공원에 안장된다.

손 씨의 아들(30)은 “만족할만한 합의는 아니지만, 계속 장례를 안 치르고 놔둘 순 없으니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도 드리고 산업재해 인정 등 아버지를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남은 마무리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운영하는 한국패션센터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손 씨는 쿠키뉴스 김 모 기자가 지난 10월 16일과 30일 잇따라 본인이 업무와 관련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것에 항의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손 씨는 사망 직전 김 기자에게 “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라는 내용으로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유족은 지난달 9일 해당 기자를 고발했고, 쿠키뉴스는 지난달 15일 사고(社告)를 통해 기사가 부적절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쿠키뉴스는 “해당 기자는 순수한 동기에서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본지가 회사 차원에서 경위를 들여다본 바로는 가까운 지인의 대관을 돕기 위한, 즉 순수하지 못한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