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병원 간호사들, “임신 7개월까지 야간근무…당연한 줄 알았다”

야간근무 동의서 작성 '관례'처럼 이뤄져
임신 중 단축근무 안내도 못 받아
병원 "임신 몰리면 간호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의료연대본부, "임산부 문제 적극 대응할 것"

18:02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임산부 야간근무 동의서를 비자발적으로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논란이 일자 야간근무는 없어졌지만, 한 병동에 임산부가 몰리면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 할 수밖에 없던 상황도 있었다고 병원 측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또, 임신한 간호사에게 단축근무제도에 대한 안내도 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27일 <뉴스민>은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재직 중인 복수의 간호사를 취재한 결과, 최근까지 야간근무 동의서를 비자발적으로 작성하고 야간근무를 한 임산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간호사들은 야간근무 동의서를 ‘동의서’ 또는 ‘각서’라고 불렀다.

대가대병원 간호사 A 씨는 야간근무 동의서를 작성한 후 임신 7개월까지 야간 근무를 했다. 야간근무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병동 분위기상 써야 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7개월까지 나이트 근무를 했고, 수간호사 선생님이 막달까지 일해 달라고 하셨는데 몸이 안 좋아져서 8개월 차에 휴직에 들어갔다”며 “몸이 안 좋아져서 일찍 수술 날짜가 잡혔는데, 근무가 안 돌아간다고 수술을 미루라고 하더라.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저는 결국 우겨서 일찍 휴직했지만, 제가 먼저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힘들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들 근무를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임신 2~3개월 차쯤에 동의서를 썼다. 수간호사 선생님이 ‘동의서 안 썼지?’ 하면서 쓰라고 하셨다. 동의서에 몇 개월까지 나이트 근무를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며 “다들 동의서를 쓰니까 안 쓰면 안 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비자발적으로 썼다는 ‘야간근무 동의서’

또 다른 간호사 B 씨도 “야간근무를 한다는 내용인 걸 알지만, 출근해서 여유를 두고 설명해 주는 게 아니라 일하는 도중에 종이를 내밀고 사인을 하라고 했다”며 “제가 사인하는 거니까 꼼꼼히 읽어보고 하는 게 맞는데, 우리 병원은 당연히 20주까지는 나이트를 해야 한다고 항상 들어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B 씨는 임신 등록 후 보건복지부에 보내는 안내문을 통해 임신 중 단축근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관련 절차를 총무부를 통해 알아보고 싶었지만, 선배 간호사의 만류로 알아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B 씨는 “보건복지부 문자를 받기 전에는 단축근무가 있는 것도 몰랐다. 병원에서 단축근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총무부에 물어보려고 하니까 그걸 못하게 하더라. 다른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20주 보다 더 하는 선생님들도 있어서 저는 짧게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임신 사실을 알렸음에도 동의서 작성도 없이 야간근무를 계속한 간호사도 있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며 야간근무에서는 제외됐지만, 역시 단축근무 안내를 받지 못했다.

대가대병원 간호사 C 씨는 이번 달 초까지 임신한 채로 야간근무를 했다고 증언했다. C 씨는 “원래 임신하면 나이트 근무 한다는 각서 같은 걸 쓴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걸 본 적도 없고 임신 소식 알리고도 계속 나이트 근무를 했다”며 “최근에 병원에서 일이 불거져서 그런지 나이트 근무는 다 빠졌다”고 말했다.

C 씨는 임신 중 단축근무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C 씨는 “임신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아무 설명도 못 들었다. 임신하면 단축근무를 하거나 일의 강도가 줄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전혀 그런 규정이나 공지도 없고 누가 설명해주지도 않으니 답답하다. 그렇다고 배려받는 것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산부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을 시키면 안 된다. 임산부가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만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아야 야간근무를 할 수 있다. 또,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 여성이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사용자는 이를 허용해야 하고, 이를 이유로 급여를 삭감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간호사들의 불합리한 임금, 처우 문제는 전형적인 성차별 문제다. 간호사 역시 의료전문직종인데도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이는 간호사를 전문가로 대하기보다 젊은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함께 깔려 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을 비롯한 간호사 처우에 대한 문제는 노동문제인 동시에 여성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측 해명에 따르면 동의서 작성을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신확인증을 가지고 오더라도 부족한 간호 인력상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신 5개월까지 야간근무 동의서 작성이 당연시됐다는 증언과 관련해 간호처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임신 확인증을 갖고 오면 그달에는 어쩔 수 없이 한다. 5개월 이후에는 총무과에서 동의서를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갑자기 한 병동에 임산부가 몰리는 경우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5개월 이후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다른 병동 간호사와 상의 후에 나이트(야간근무) 근무를 조정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본인들 의도와 상관없이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서 작성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안내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는 내부적으로 하면 된다고 행정 쪽 안내를 받고 해왔다”고 설명했다.

임신 후 단축근무를 안내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2시간을 안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단축근무를 다른 부서는 하지만 간호사들은 사실 어렵다. 3교대 특성상 2시간 공백이 있으면 다른 간호사들이 커버 해야하니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6시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가톨릭대학병원분회)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0년 만에 임신한 간호사가 무리한 근무로 유산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병원은 자발적 선택이라고 얘기하지만 개별면담에서 동의서를 들이미는 관리자 앞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얘기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강요된 선택일뿐”이라며 “의료연대본부 산하 사업장들은 얼마 전 임산부 노동시간 단축 적치사용을 교섭을 통해 단협으로 확보한바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환자를 돌보느라 자신의 아이를 잃는 일은 절대 없어야할 것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임산부 야간노동과 관련해서는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