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반도체 제조업체 (주)KEC가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 중 강사에 의한 성희롱 발언 논란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자, 구미지역 시민단체와 대구경북지역 여성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와 회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구미 KEC, 성희롱 예방 교육 중 강사에 의해 ‘성희롱’ 논란)
14일 오후 1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구미참여연대, 구미참교육학부모회, 금속노조 KEC지회 등은 경북 구미시 공단동 KEC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을 일삼은 강사를 퇴출과 KEC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에 참가했던 조합원들은 모욕감에 치를 떨며 노조에 사실을 알렸고, 노조는 4일 오전 회사에 공문을 보내 교육 중단과 강사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는 묵살했다”며 “현장에서 항의와 사과 요구를 하자 강사는 불쾌한 마음을 드러내며 노골적인 성적 묘사는 자제했다. 그러나 결론은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법적 대응은 최후에 생각하고 사과받는 선에서 마무리하라는 당부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번 일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 성희롱 예방교육이 성희롱 현장이 되어버릴 만큼 사업장 내에 젠더적 관점이 전무하다는 걸 확인한 사건”이라며 “수 십 년간 여성에 대한 차별과 성희롱이 일상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거나 회피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해당 강사에 대해 “음담패설로 성희롱을 일삼은 강사의 퇴출과 다시는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소망한다”고 밝혔고, 회사에 대해서도 “KEC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사업장 내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희롱을 근절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강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구미상공회의소 추천으로 강의했다는데 상공회의소도 이런 강사가 강의하도록 두는 것도 문제다. 사업주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성평등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은영지 구미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이 강사가 학교에 나가서도 강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심어린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EC는 지난 12월 1일, 4일 회사는 구미에서 활동하는 A(50, 여) 강사를 초빙해 4차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1일 교육 자리에서 A 강사는 남성의 성적 요구에 ‘20대는 택시’, ‘30대는 물안개’, ‘40대는 소주’ 등 연령대별 반응을 설명했다.
여성을 성적으로 희화화한 이야기를 듣고 불쾌감을 느낀 사원들과 노조(금속노조 KEC지회)가 이후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일부 사원만 이의를 제기했고, 다수는 강의를 잘 들었다고 한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해당 강사의 교육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A 강사는 논란이 된 내용을 강의 중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희롱에 대한 관점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성단체와 노조는 강사를 추천한 구미상공회의소에 항의 서한 전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