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설립 한 달 만에 집단 해고된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전국의 사내하청 노조가 구미에 모였다.
5일 오후 4시 30분, 경북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아사히사내하청노조 투쟁승리 연대한마당’ 문화제가 열렸다. 동양시멘트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등 전국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 30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인 GTS 소속 노동자들이?아사히사내하청노조를 설립한 지 100일, 이들이 해고된 지 65일이 되는 날이다.
권영국 장그래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이면 살아갈 확률이 80%라고 한다. 아사히글라스사내하청노조의 100일을 격하게 환영한다”며 “기아자동차 하청 노동자, 부산 생탁 노동자 등 투쟁하는 이 나라 노동자들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손잡고 가겠다”고 격려했다.
아사히사내하청노조는 지난 6월 설립됐다. 설립 이후 한 달 뒤 원청 아사히글라스는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 GTS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GTS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170여 명도 모두 해고 통보를 받았다. (관련 기사 : 노조 결성 한 달…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 계약 해지 통보)
차헌호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 “처음 동료들에게 노조를 만들자고 할 때, 노조를 만들면 우리 다 계약 해지 되는 거 아니냐 물어왔다. 그때 나는 노동조합 설립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설득했었다”며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원청은 한 달 만에 업체 하나를 통째로 계약 해지했다. 이것이 전국의 사내하청 업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 노동자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아는 형님이 구미에 사내하청 업체가 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아사히글라스처럼 노동조합 만들지 말라고 교육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구미시가 온통 우리 노조를 깨려고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민주노조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구미시 최초의 사내하청 노조답게 민주노조를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양시멘트노조(강원영동지역본부 동양시멘트지부) 역시 원청과 하청업체 계약 해지로 지난 2월 모두 해고됐다. 동양시멘트노조 몸짓패 ‘민패’는 “우리도 지난 2월 해고됐다. 흔히들 해고는 살인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노조를 만들었다. 살고자 하는 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에 해고가 됐다. 그래서 ‘해고’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인 것 같다. 그 희망을 찾아가는 싸움에 전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하자”고 호소했다.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인 KTK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원청에서 KTK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KTK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KTK에서 일하는 현제창 씨는 “저희도 (원청의 계약해지로) 146일째 생존권을 건 투쟁 중”이라며 “아사히글라스 자본은 일본 현지의 반밖에 안 되는 임금으로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혹사시켰다. 지난 36년 동안 총칼로 식민지배를 하더니 이제는 자본으로 이 땅 노동자들을 혹사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계약 해지 후 집단 해고는 아사히글라스, 현대중공업, 동양시멘트, 한국지엠, 빙그레 등 대다수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매일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해고당하는 현실에도 자본은 더 쉬운 해고를 말한다”며 “계약해지-집단해고에 맞서는 투쟁을 구미에서 전국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2일 아사히사내하청노조는 ‘9.12 희망버스’를 타고?서울 기아차 고공농성장, 거제 대우조선 고공농성장 등을 방문해 연대 투쟁할 계획이다.
한편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6월 30일 GTS와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GTS도 노동자들에게 지난 8월말까지 희망퇴직을 접수 받았고,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50여명이 현재 해고된 상태다.?이들?50여 명은 노조에 남아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