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에 근무한 후배검사들에게 식사 9만5천 원과 돈봉투 100만 원을 지급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후 법무부 검찰국 소속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1인당 9만5천 원의 식사를 대접하고, 그중 간부 2명에게 각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지급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검사나 법무부 직원은 당연히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은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수 없고, 100만 원 이하 금품의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어떠한 금전이라도 수수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직무관련성이 있는 관계에서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2배에서 5배 사이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있다.
이에 검찰은 이영렬 전 지검장의 행위가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109만5천 원을 지급한 행위이고, 이는 100만 원을 초과하여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이유로 이영렬 전 지검장을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아래와 같다.
① 이영렬 전 지검장이 지급한 금품은 돈봉투 100만 원과 식사 9만5천 원인데, 이를 1회에 109만5천 원의 금품을 지급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1회 100만 원 이하의 돈봉투와 식사 9만5천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볼 것 인지이다.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1회 109만5천 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돈봉투 100만원과 식사 9만5천 원을 각 지급한 것으로 보게 될 경우 식사 9만5천 원이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면 이는 김영란법에서 규제하는 금품수수에 포함되지 않아 총 지급금액이 100만 원 이하가 되고 그렇다면 그러한 행위가 과태료 위반의 대상은 될지언정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영렬 전 지검장이 100만 원을 초과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109만5천 원을 지급한 것인지, 아니면 과태료 대상에 불과한 100만 원을 지급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② 그렇다면 이제 식사로 제공한 9만5천 원이 김영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로 남는다. 예외사유는 법 제8조 제3항 제1호이다. 이 규정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등이나 파견 공직자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
이러한 경우에는 수수된 금품을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금품으로 보지 않고, 이는 1회 제공된 금품에 합산되지 않는다.
이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위로·격려·포상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금품을 제공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의 직무상 상급자여야 한다.
③ 그렇다면 세 번째 쟁점은 위 술자리를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에 대한 위로·격려·포상의 목적으로 볼 수 있는지,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에 대하여 직무상 상급자라고 볼 수 있는다.
위 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이 쟁점에 대하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고 한다.
죄형법정주의상 엄격한 해석의 원칙과 ’상급‘의 사전적 의미 등에 비추어, 좁은 의미의 ’동일한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고 현실적으로 담당하는 직무에 관해 명령·복종관계에 있어야만 예외사유의 ‘상급·하급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검사는 1~2년 주기로 전보나 겸직 등 인사이동을 하고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인데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하고 있으며, 법무부 검찰국의 분장 사항은 일반적인 검찰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금을 받은 법무부 간부들도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 전 지검장과 법무부 간부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어 예외사유에서의 상급자와 하급자에 해당한다.
나아가 당시 만찬이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뒤 격려 목적에서 이뤄진 점, 대화 주제도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 계획이나 특별검사팀과의 협업, 검찰 개혁 같은 검찰 내외의 현안이었던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9만 5,000원의 식사비는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위 판결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되 그 판단을 돕기 위한 몇 가지 의문점을 덧붙인다.
1. 법 제8조 제3항 제1호는 상급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있는 공직자 등을 ‘소속’ 공직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나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과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검찰국 직원과 서울지검 소속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서울중앙지검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 검찰국 소속 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의 소속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
2.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을 위로·격려·포상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즉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 사이에 위로·격려·포상이 목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법무부 검찰국에 일선 검사들이 파견되어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나 검찰국은 법무부 산하 부서로서 검찰 본연의 임무인 수사, 공소 등의 업무와는 상이한 검찰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일반행정기관이지 검찰 사무를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러한 법무부 검찰국 직원들에 대하여 위로·격려·포상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만의 착각인가?
3.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원용한듯한 법원의 논리에 따르자면 검사의 경우 그 맡은 직무와 직책에 상관없이 기수나 직급에 따라 결정되는 상하관계만 성립하면 언제나 금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김영란법 제8조 제1항 제3호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
*이 글은 류제모 변호사가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올린 글입니다. 동의를 얻어 <뉴스민>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