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기초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 중인 대구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6일 시민 의견 청취 공청회를 열었다. 선거구획정위가 운영된 이후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열긴 처음이다. 공청회는 지난달 20일 ‘국민주도 헌법개정 정치개혁 대구시민행동’의 제안으로 열렸다.
처음 열린 공청회에서는 선거구 획정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이 오갔지만, 특히 획정위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질의와 요구가 오갔다. 2005년부터 선거구 획정위가 결정한 내용이 대구시의회에서 난도질 되다 싶히 수정된 선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독점으로 운영된 대구시의회는 2005년부터 4인 선거구를 확대하는 선거구 획정위 결정을 번번이 좌절시켰다. 한국당이 정치적 우위를 점하는 대구에선 소선거구일수록 한국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2005년 대구시의회는 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위 안을 새벽 5시 45분에 소집한 회의에서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 날치기 처리했고, 2010년에는 경찰력을 동원해 의회를 봉쇄한 가운데 똑같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갰다.
더구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선거구획정위 운영에 대한 비판 의견이 나오자 “서울시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없지 않냐”며 “합의가 안 되고 (서울시가) 강행하려고 하면 실력(행사)으로 막으라”라고 선거구획정위 결정을 힘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대구행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30명 중 25명이 한국당인 대구시의회가 홍 대표 발언에 영향을 받지 않을리 만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공청회에서는 획정위가 이번에도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초청된 패널들의 토론이 끝난 후 청중 질의 시간이 되자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공보국장은 “선거구 획정 자체가 독립성과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문제는 시의회에서 날치기 통과되는 것”이라며 “선거구 획정위 내부에서 이 문제를 극복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질문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선거구 획정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공직선거법에 명문화돼 있다”며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올리더라도 의회에서 난도질당한다면 의회가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조치가 획정위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귀화 달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가 당선된 건 지역구가 3인 선거구였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대구의 정치적 다양성 담보를 위해서라도 획정위가 강한 의지를 갖고 선거구 획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토론에 나섰던 이남훈 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도 이들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남훈 사무처장은 “선거구 획정위의 독립·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획정위가 지금과 같은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다양하게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과 능력,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획정위도 시의회에 강제할 수 있는 권한과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획정안 결정에 다양한 시민 의견이 반영되면 시의회가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거란 의미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강우진 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는 획정위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바람직한 방식은 선거구 획정위가 안을 만들면 의회에선 1~2회 정도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만 주고 최종안에 대해선 의회가 수정 없이 투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획정위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자 획정위원이기도 한 공청회 좌장 하세현 교수(경북대)는 “획정위의 기본 업무는 선거구를 획정해서 시장에게 제출하는 것까지인 것 같다. 제도적 차원에서 추가로 의견 진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그런 건 공청회라든지, 언론,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획정위는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면 2~3회 회의를 더 진행한 후 획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획정위 관계자는 추가 공청회 여부에 대해선 “추가 공청회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 추가 공청회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