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감금,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신부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 감형된 결과다. 함께 구속됐던 임 모 전 사무국장은 집행 유예로 풀려났고, 전 회계과장 수녀, 식품업체 영유통 관계자 등도 모두 감형됐다.
5일 오후 2시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성수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감금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대구희망원 전 총괄원장 배 모(63) 신부, 전 회계과장 여 모(56) 수녀, 임 모(48) 전 사무국장 등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배 모 신부에게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고, 임 모 사무국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배 신부의 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주장은 모두 기각됐고, 검찰 측이 항소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기각됐다.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식품업체 영유통 대표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 영유통 직원은 징역 1년 6개월, 집해유예 3년을 선고했다. 여 모 수녀는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달성군청 공무원 2명은 벌금 500만 원으로 원심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배 모 신부의 범죄 사실에 대해 “생계급여를 부정하게 지급하여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 (횡령에 대해서도) 위법인 걸 인식하면서도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생계급여 중 비자금으로 조성한 금액에 대해 생활인 복지보다 직원 회식비, 성당 운영비로 사용되어 생활인의 복지 수준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비자금 2억2천만 원을 현금으로 직접 보관하면서 일부는 사목공제회에 예탁했다.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이었다는 변론은 믿기 어려우며 개인적 유용 의도도 의심된다”며 “종교인으로서 약자들에게 아픔을 주었다는 사실에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구시, 달성군청이 생계급여 수기청구를 용인한 사실로 피해가 확대된 점 ▲천주교대구대교구 신부, 수녀들의 모금으로 3억6천여만 원을 달성군수에 공탁하여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보건복지부 등 관계 당국이 감금 시설 위법성을 지적하지 않아 위법성 인식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감형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 처벌을 원하는 검찰과 항소하는 피고인에게 충분한 변론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꼼꼼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신중하게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배 신부와 임 사무국장은 공무원과 공모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생활인 177명을 수급자인 것처럼 수기로 신상 카드를 작성해 생계급여 6억5천여만 원 상당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또, 배 신부는 여 수녀와 식품업체 영유통과 공무해 대금을 과다 청구하고 보조금을 받은 뒤, 차액으로 비자금 5억8천여만 원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 6월 열린 원심 재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관련 기사 : 법원, 대구희망원 전 원장 신부 징역 3년…‘횡령’·‘감금’ 등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