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료원이 연말행사을 앞두고 장기자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서별 참석자와 불참자 명단을 제출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의료원은 오는 22일 연말행사인 ‘2017 노사화합의 밤’을 연다. 행사 1부는 식사, 2부는 장기자랑으로 전 직원이 함께 모여 화합하자는 취지이다. 병원장을 포함해 의사, 간호사,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참석할 수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강요와 인권침해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포항의료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포항의료원분회)도 장기자랑이 아닌 다른 방식의 연말행사를 요구했다. 장기자랑은 결국 낮은 연차 간호사들이 떠맡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종갑 포항의료원분회장은 1일 <뉴스민>과 통화에서 “연말행사의 취지는 공감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포항 지역 지진으로 매일 흥해체육관으로 진료도 나가는 상황이다. 지난 해도 장기자랑을 했는데 올해 연말행사는 좀 다른 방향으로 하자고 제안했었다”며 “장기자랑을 하게 되면 의사들이 나와서 연주를 하기도 하지만, 병동마다 팀을 꾸리는 분위기가 있다. 결국 연차 낮은 분들이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데 이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타 병원에서 시행했던 부서별 영화 관람이나 부서별 행사를 제안했다. 전 직원이 참여해야 하는 행사보다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서별 참석자, 불참자 현황을 파악하고 불참사유도 적게 해 행사 참석이 강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갑 분회장은 “비조합원들도 이런 부분은 좀 다양성을 뒀으면 하는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며 “불참사유를 적게 하면 현실적으로 참석 안 하기는 어렵다. 당일 근무자가 아닌 이상 참석해야 하는 거다. 3교대하는 간호사의 경우 오프(off, 휴무), 데이(day, 오후 3시 퇴근), 나이트(night, 오후 10시 출근) 번이 다 참석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장기자랑 행사를 강행한다면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포항의료원 측은 장기자랑은 원하는 사람에 한해 신청을 받으며, 강압적인 부분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포항의료원 총무부 관계자는 “성심병원 얘기를 듣고 우리도 우려를 많이 했다. 간부회의에서 (연말행사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화합하는 차원에서 하는 거니 강요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며 “작년 행사가 반응이 좋아서 올해도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참석을 안 한다고 패널티를 주는 건 없다. 억지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참석 현황을 파악에 대해서도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몇 명 정도 올지 파악했다. 저녁 시간에 하기 때문에 근무 중이라도 같이 식사하면 된다”며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파악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파악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포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행사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대통령도 포항 경제를 살리자고 포항으로 행사를 많이 유치하고 있다. 지역 업체를 통해 식사 자리를 마련해 경제 살리자는 의미도 있다”며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결코 나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노사화합의 밤’이라는 행사 명칭이 무색하다. 성심병원 사례와 더불어 지진으로 송년회 행사를 전격 취소한 포항 지역 타 병원과는 전혀 다른 행보”라며 “병원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포항의료원의 행보를 규탄한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조사에 나서 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3일 병원협회 등에 간호사를 병원 행사에 동원해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1일부터 서울대병원 등 6개 종합병원에 대해 ▲신입 간호사 초임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직장 내 성희롱 등 간호사 인권침해 등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