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원과 가장 가까운(약 45km) 경주 월성원전은 15일 지진 당시 어떤 상황이었을까? <뉴스민>은 1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동행했다.
월성원전에는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이 가운데 월성 1호기는 1983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로 설계수명이 끝났다. 그러나 정부는 10년 수명연장을 결정해 2015년부터 재가동을 시작해 2022년까지 가동 계획을 가지고 있다.
15일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에도 월성원자력본부에 있는 6기 가운데 1호기만 지진감지 경보(0.0134g)가 울렸고, 지진트리거가 작동했다. 0.01g 이상이면 4시간 이내 수동정지 해야 한다. 월성 1호기는 신월성 2호기와 함께 계획예방정비 중이었던 터라 따로 정지하지 않았다.
16일 오후 2시 45분께 월성원자력본부 상황실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추혜선 국회의원, 박양기 월성원자력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상황에 대한 보고와 질의가 이어졌다.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지진을 감지하는 대표지진계는 3곳(월성1호기, 2~4호기에 1곳, 신월성 1~2호기)에 설치돼 있고, 이날 지진감지 경보가 울려 계측기가 작동한 곳은 1곳이었다. 나머지는 특정 값을 넘지 않아 지진트리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1호기에 지진이 감지된 직후인 오후 2시 30분 월성본부는 위기경보 주의단계(C급)을 발령하고 초동상황반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정비 중이던 원자로를 제외한 월성 2, 4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정상운전했다.
이정미 대표는 “왜 1호기만 지진을 감지한 것이냐”고 물었고, 박양기 본부장은 “지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작년 경주 지진 때도 1호기만 계측한 수치가 조금 높게 나왔다. 지진이 왔을 때 지반마다 수용하는 민감도가 달라서 그렇다”고 답했다.
추혜선 의원은 “활성단층 위에 월성원전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계측기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박양기 본부장은 “정지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0.018g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발전이 정지된다”고 대답했다.
이정미 대표는 최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이행 여부를 물었고, 박양기 본부장은 “저희들은 결정한 일을 집행할 뿐이다. 기술적인 근거로 말할수 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불안감하고 기술자인 저희들은 다르다. 월성 1호기는 안전하다는 기술적 판단을 했고, 설계수명 허가받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운영하는 역할을 할뿐”이라고 대답했다.
끝으로 이정미 대표는 “시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노후 원전에 대한 우려다.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30여 분 동안 보고와 질의를 마친 이정미 의원은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월성 원전에 오기 전 포항 시내를 들렀다. 전쟁터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여진이 계속되지는 않을까 극도로 불안해하고 계셨다”며 “하지만 진짜 공포의 근원은 포항이 아니라 이곳 월성에 있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진앙지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서 월성원전 1-4호기가 가동 중이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의 원전이 포항 인근에 있다. 작년 경주 지진 당시 진앙지는 월성원전으로부터 52km 떨어진 곳이었다. 경주와 포항 등 지진이 이어지고 있는 동해안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50%인 12기가 집중되어 있다”며 “우리에게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나가라는 마지막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