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대구시 유연근무제···연가보상금 부당 수령 사례 상당할 듯

많게는 반기 58번까지 허위 기록 사례 발견

17:46

유연근무제를 이용하는 대구시 A 공무원은 2012년 1월 어느 날,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하기로 신청했다. 계획대로면 3시간에 해당하는 초과근로수당이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 25분에 퇴근했다. 계획보다 35분 일을 덜 한 셈이다. 그런데 초과근로수당은 오전 8시에 출근해 25분을 추가 근무한 것으로 책정됐다. A 공무원은 같은 달에만 9차례 비슷한 방법으로 실제와 다른 추가 근로수당을 책정받았다.

대구참여연대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이 공무원은 2012년 한 해 동안 적게는 41분, 많게는 60분까지 총 43번 실제 일한 것보다 더 많은 초과근로를 한 것으로 기록됐다. 매번 유연근무제를 이용해 출근 시각을 오전 8시로 해놓고도 9시에 출근했지만, 실제 출근 시각이 반영되지 않아 초과근로를 한 거로 기록된 것이다.

▲대구참여연대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이 공무원은 2012년 한 해 동안 적게는 41분, 많게는 60분까지 총 43번 실제 일한 것보다 더 많은 초과근로를 한 거로 기록됐다.

대구참여연대 자료를 분석한 결과 A 공무원은 같은 방법으로 2013년 상반기에 8차례, 2014년 상반기에도 58차례, 2015년 하반기에 44차례, 2016년 4월까지 37차례 실제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한 거로 기록됐다. 2013년까진 최대 60분까지 오차가 났지만, 2014년부터는 30분이 최대 오차였다.

현재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무원 출퇴근 시스템이 직원들의 정확한 출퇴근 시각을 확인하지 못하는 맹점을 악용한 사례라는 게 대구참여연대 설명이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출퇴근 시스템은 유연근무를 신청한 직원이 출근카드를 등록하지 않고 오전 9시에 출근해도 시스템은 애초 신청한 오전 8시부터 근무한 것으로 인식한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자료를 공개하면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불법적으로 시간외근무수당을 수령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A 공무원과 유사한 사례로 상당한 액수가 부당하게 지급됐을 걸로 추정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대구시 유연근무제 운용 제도와 시스템에 맹점이 있다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팀장은 “시스템적 문제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는 건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시청에서 이미 예전에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장 팀장은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던 거로 알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으면서 외부로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며 “공공기관인 시청에서 문제를 알면서도 그대로 두는 건 긴장감이 없는 거로 볼 수밖에 없다. 확보한 자료만 해도 6년 치다. 6년 동안 자정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11월 17일까지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대응할 입장이지만, 대구참여연대 지적처럼 시간외수당에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신태균 대구시 총무과장은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환수해야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지금은 공무원증으로 확인하고 있는 시스템도 지문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이 문제는 시간외근무수당이 아니라 연가보상금이랑 관련이 있는 부분”이라며 “출근 시간을 8시로 해놓고 9시에 출근했으면 1시간 지각해서 8근무시간을 못 채운 게 된다. 연가보상금에서 환수가 필요할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규 근무 시간을 지나서 초과로 일한 부분에는 문제가 없고, 출근 지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어서 이 부분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지각·조퇴·외출 합계 8시간을 연가 1일로 계산한다. A 공무원의 경우 2012년 약 43시간 지각을 한 셈이어서 추가로 연가 5일을 사용한 게 된다. 만약 A 공무원이 연가보상금을 지급 받았다면 이 부분에 대한 환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2012년 공무원 임금 기준으로 A 공무원을 7급 1호봉으로 가정하면, A 공무원이 2012년에 부당하게 받은 연가보상금은 약 21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