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옥산동에서 세 자녀를 기르는 박경미(46) 씨는 동지역 고등학교를 다니는 첫째 아이에게 핀잔을 들었다. 세 자녀를 기르다보니, 넉넉하게 넣었다고 생각한 스쿨뱅킹(초·중·고교의 각종 납부금을 자동이체 하는 시스템) 잔고가 눈 깜짝할 새 바닥을 드러냈다. 잔고가 없어 급식비 결제가 되지 않았고, 첫째 아이는 급식실 앞에서 줄을 섰다가 급식비 미납으로 열외 됐다.
둘째 아이는 면지역에서 중학교를 다닌다. 경산시는 읍·면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의무급식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급식비 미납으로 인한 열외를 당하지 않는다. 박경미 씨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면지역보다도 동지역에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가정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했다.
18일 오후 2시 30분, 경산시청 앞에서 경산시의무급식운동본부(상임의장 천호준 경산시농민회장) 출범식이 열렸다. 박경미 씨는 운동본부 참여를 위해 기자회견에 나왔다.
박경미 씨는 “부자 집안, 가난한 집안 상관없이 마음 놓고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교육이라는 걸 부모로서 실감했다. 면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우리 엄마가 급식비를 냈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의무교육이 중학생까지인데 급식은 의무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나. 군대에서도 밥은 준다. 급식은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경산시의무급식운동본부에 따르면, 경산시 동지역 학교를 다니는 가정은 같은 세금을 내고도 읍·면지역보다 급식비로 초등학교 1인당 41만 5천원, 중학교 1인당 56만 원을 더 내고 있다.
운동본부는 “경산시의 의무급식은 2012년 면지역을 시작으로 2013년 읍지역으로 확대됐다. 더 많은 시민과 학생이 생활하는 동지역까지 확대대지 않은 상황”이라며 “동지역 의무급식을 시행하지 않는 경북 지자체는 영주, 문경, 경산시 단 3곳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급식에 차별은 없어야 한다. 차별없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경산시와 시의회가 의무급식 시행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의무급식 시행을 위한 학교급식법을 개정하고 ▲급식에는 지역 농산물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출범식 후 운동본부는 최영조 경산시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영조 시장은 “내년 초 초등학교 4~6학년 의무급식을 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전면실시는) 예산 여유를 검토해야 하는데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학부모의 근심도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에는 경산시 정당·노조·시민사회단체 19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의무급식 확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11월 서명용지를 경산시와 경산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