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 축산물 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확한 임금 체계 구성과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노해철(54) 씨는 경북 고령군 성산면 송곡리 축산물공판장에서 6년째 돼지 잡는 일을 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주식회자 소유인 이 공판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른바 ‘송곡’으로 불린다. 공판장에서 바로 잡은 고기를 경매에 붙여 싸고 신선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게다가 농협에서 유통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기 좋다.
질 좋은 고기와 달리 돼지를 도축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정반대였다. 노 씨는 공판장 협력업체 소속이다. 오전 6시 40분까지 출근해 작업복을 갈아 입고, 레일 위로 쏟아지는 돼지를 손질하기 시작한다. 하루 평균 돼지 1,300마리 들었다 내렸다하며 손질한다.
노해철 씨는 “하루에 1,300마리를 잡는데, 라인이 돌아가기 때문에 쉴 수도 없다. 조금만 서 있어도 작업복에 땀이 찬다. 매일 물량이 달라서 마치는 시간도 다르다. 빨리 경매하고, 간이나 허파는 바로 유통해야 하니까 천천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매달 받는 임금도 달랐다. 기본급이 110만 원 대에서 93만 원으로 내려갔다가 130만 원 대로 올라오기도 했다. 각종 수당을 합쳐 약 170~190만 원을 월급으로 받았다.
노 씨는 “기본급이 계속 달라진다. 거기다가 수당을 붙여서 총액을 비슷하게 맞춰줬다”며 “이번에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정확한 노무비 산정을 요구했는데, 도급 금액에 노무비, 실무비, 이윤 이런 걸 자의적으로 나눠놨다.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노 씨와 직장 동료들은 지난 6월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직원 43명 중 18명이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조 고령축산물가공지회 조합원이 됐다. 노 씨는 지회장이 됐다.
그는 “6년 일하면서 취업 규칙도 이번에 처음 봤다. 이 업체와는 4년째인데, 지금까지 6시 40분이 출근시간이라 그래서 그런 줄만 알았다. 취업 규칙을 보니 7시더라. 매일 20분 씩 우리는 공짜로 일한 것”이라며 “업체가 내놓은 자료를 믿을 수가 없다. 업체가 남기는 이윤만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떼이는 건데, 그 기준이 없다. 원청이랑 업체가 노무비를 정해 놓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업체 측 관계자는 “임금 총액이 고정된 임금테이블 시트를 쓰다 보니, 다른 수당이 추가되면 기본급이 조정됐던 것 같다. 그 부분은 실수이고, 지난 8월 모두 시정했다”며 “조정에서 기본급 인상, 남는 이윤에 대해 연말 상여금으로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는데 우리가 제시한 자료를 못 믿겠다고 하니 저희도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노조와 업체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세 차례 조정에 나섰으나 교섭이 결렬됐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산정에 동의하지 못한 노조는 17일부터 3일 동안 전면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대구시 북구 농협중앙회 경북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력업체 관리 감독에 소홀한 농협중앙회에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엉터리 임금 체계에 시달린 근본적인 원인은 농협중앙회에 있다. 농협중앙회는 축산문 가공 업무를 도급 용역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아무런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농협중앙회는 하청 업체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지도 감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농협중앙회경제지주가 직접 운영하는 소 도축 업무와 형편성을 제기하면서 직접 고용을 요구했다.
이에 고령축산물공판장 관계자는 “도축 양에 따라 도급비를 총액을 지급한다. 도급 계약 특성상 직원들 임금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제동을 거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돼지 도축만 도급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지난 5월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5천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