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 다 쓰고 생리휴가 쓰라는 경북대병원,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

경북대병원, "휴일과 겹치지 않게 하라는 것"

16:20

오프(off, 휴일)도 다 못 쓰는데, 오프 다 쓰고 나서 생리휴가를 쓰라니요;;

경북대병원

경북대학교병원이 월 8회 휴일을 모두 사용한 다음 생리휴가를 신청하도록 해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선에 따라 생리휴가 시 주어지는 보건수당도 폐지돼 여성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대병원 노사는 지난 7월부터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선 지침을 적용한 단체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무급휴가인 생리휴가에 대해 경북대병원은 그동안 보건수당을 지급해왔으나, 방만경영 사항이라고 지적받아 보건수당을 폐지했다. 이 때문에 7월부터 생리휴가 사용 시 월급에서 하루 일급이 제외된다.

이에 더해 경북대병원은 월 8회 휴일을 모두 사용한 후 생리휴가를 신청하도록 했다. 일부러 생리휴가를 휴일과 겹치게 배치해서 휴일 수당을 발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병원의 설명이다. 정해진 휴일과 생리휴가가 겹치면 생리휴가가 적용돼, 휴일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경북대병원은 3개월마다 쉬지 못한 휴일을 계산해 휴일 수당을 지급한다.

경북대병원 근로복지과 관계자는 “월 8회 오프가 있는데, 그동안은 ‘월 7회 오프 + 1회 생리휴가’ 이런 식으로 하루 오프를 생리휴가와 겹치게 근무표를 짜는 경우가 많았다. 생리휴가를 오프와 겹치지 않게 짜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여성 노동자들은 사실상 생리휴가를 쓸 수 없게 됐다는 반응이다.

8년째 근무 중인 간호사 A 씨는 “우리는 오프 8개 중에 6~7개밖에 못 쓴다. 거의 매달 그런 식이다. 인력이 모자라서 오프 8개를 모두 근무표에 배치할 수가 없다”며 “오프도 다 못 쓰는데 오프를 다 쓰고 생리휴가를 쓰라고 하면 생리휴가는 못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5년째 근무 중인 간호사 B 씨도 “이제 생리휴가를 쓰려면 내가 돈 내고 써야 하는 건데 잘 안 쓰게 될 것 같다”며 “우리 부서는 오프 8개 다 쓰기는 하는데,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급이 깎이는데 생리휴가를 굳이 쓸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경북대병원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경북대병원분회)는 “보건수당만 폐지된 것이지 생리휴가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며 “병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한 생리휴가를 못 쓰게 하는 부도덕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 4일, 대구고용노동청에 단체협약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근로기준법 제73조(생리휴가)는 사용자는 여성 노동자가 청구하면 월 1일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생리휴가를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