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과거 한미FTA를 주도한 김현종 교수를 내정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농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농민들의 긴급 공개 호소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김현종 임명은 촛불 혁명을 배신한 것”이라며 “김현종 씨는 농민의 고통과 호소를 외면하고 한미FTA를 추진했던 장본인으로서 일고의 반성도 없이 삼성에 입사해 관피아의 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람”이라고 밝혔다.
전농은 “특히 농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벼 수매가 환수, 밥쌀 수입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있는데, 김현종을 임명하는 순간 정부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9개 시민단체도 26일 성명을 통해 “김현종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첫걸음”이라며 “김현종은 대기업 이익을 위해 국내 공공 정책을 말살한 인물”이라며 “(김현종은) 한미FTA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4대 선결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선물을 안겨주었고, 외교통상부는 그의 주도 아래 공공성과 인권이 우선돼야 할 지적재산권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의 수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미FTA 당시 논란이 일었던 4대 선결 조건은 △약가상환제도 도입 중단 △배출가스 강화기준 수입차 적용 유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쿼터 축소다.
또한, 단체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마치 한미FTA가 한국에 유리한 것처럼 논의되지만, 이는 한미FTA로부터 수혜 받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라며 “애초 우려했듯 한국의 대미 서비스 수지는 2015년 -141억 달러로 적자 폭이 확대됐는데, 이는 지적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단체들은 “한미FTA를 재협상해야 한다면, 지적재산권과 보건의료 영역에서 강제된 미국 기준도 재논의해야 한다”며 “그 협상 대표는 공공 이익보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김현종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교수는 2004년부터 참여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미국, EU, 아세안 등 45개 국가와 FTA 협상과 타결을 주도했다. 김 교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도 역임한 바 있다. (기사제휴=참세상/김한주 기자)